조훈현9단 “최상의 수비는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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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인자는 이창호9단. 그렇다면 2인자는 누구냐.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이 벌인 올해의 첫번째 격돌에서 노장 조9단이 완승을 거뒀다.

조9단은 19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33기왕위전본선리그 최종국에서 6전전승의 유창혁9단을 맞아 166수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서 두 기사는 6승1패의 똑같은 전적으로 리그를 마감했다.

이들은 왕위 이창호9단에 대한 도전권을 놓고 29일 재대결을 펼친다.

조9단의 가벼운 승리는 뜻밖이었다.

그는 리그 막판 목진석4단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해 5승1패가 되면서 도전권은 물건너 간듯 보였다.

최종국의 상대방인 유창혁9단은 최근 쾌조의 컨디션으로 급상승세를 타고있다.

그런 유9단에게 2연승을 거둔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인데다 목4단에게 패배한 자책감이 겹쳐 조9단은 심리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이 많아보였다.

그러나 조9단은 19일의 최종국에서 백을 들고도 초반부터 특유의 스피드로 공격바둑을 구사하며 잇달아 실리를 챙겨 일찍암치 낙승을 거둔 것이다.

조9단은 최근 춘란배에서 낙공불락의 이창호9단을 2대1로 꺾고 우승하는등 '제2의 봄' 을 맞이한듯 호조를 보여왔다.

승률도 81% (21승5패) 로 근래 5년간 최고승률을 보이고 있다.

본인은 촛불이 마지막으로 한번 크게 밝아지는 회광반조 (廻光反照) 의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프로들은 조9단의 행마에서 전과 다른 달관의 빛이 보인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9단 또한 후지쓰배에서 조치훈9단을 격파하고 결승에 오른데다 승률에서도 83% (20승4패) 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이는등 호조의 연속이다.

바둑계가 10대 신인들의 잔치판이라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마이너리그 얘기이고 정상의 조9단이나 유9단을 만나면 추풍낙엽으로 떨어져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승부세계의 속성상 결정적인 고비에서 패배한 사람은 호조를 이어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번 왕위전 도전권쟁탈전에서 패배한 기사는 하반기에 큰 위기를 맞게될 공산이 크다.

누가 승자일까. 외관으로는 추격해온 조9단이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확률에서는 먼저 1패한 유9단이 단연 우세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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