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밤나무, 명주실 만나 명품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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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산조가야금, 길이 144cm. [한국중요무형문화제 기능보존협회 제공]


윗판은 5년동안 자연건조한 오동나무 고목이요, 아랫판은 30년 이상 된 밤나무를 진흙탕에 담궜다가 말린 것이다.

호두나무를 칼로 깎아 안족(가야금 줄을 받치는 대로 기러기 발을 닮아 붙은 이름)을 만들고, 경북 상주에서 생산된 명주 원사를 꼬아 줄을 만들었다. 가야금 표면은 인두로 지져 어두운 색을 냈고, 소뼈를 다듬어 장식했다. 분초를 다투는 디지털 시대에도 이렇듯 느릿느릿 차근차근 전통 기법을 좇아 만든 가야금이 있다.

오늘 개막한 제34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은 진영만씨의 ‘산조가야금’ 이야기다.

국무총리상은 손영학씨의 ‘홍길동전 목판’이 차지했다. 나무판을 다듬고 손으로 글씨를 새겨 목판을 되살렸다.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님에도 재료값 수천만 원을 들여가며 복원에 매달렸다. 이렇듯 전통을 오늘에 잇는 수상작 193종 520점이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다음 달 11일까지 전시된다. 02-3453-1685.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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