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립검찰' 수사로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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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오후 기자가 인천지검 앞에서 택시에 오르자 운전기사는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청 앞에 몰려 있는 언론사 취재차량이 모두 임창열 경기도지사 사건 때문에 서울에서 온 것이죠. 다른 말이 필요없습니다. 둘 다 감옥으로 보내야 합니다."

30대 후반의 운전기사는 손님의 신분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절제되지 않은 용어를 구사하면서 林지사 부부에 대해 적의에 가까운 감정을 토해냈다.

상당수 국민이 일자리를 잃거나 봉급이 깎여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서 도지사 부부가 거액을 받아 챙긴 것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공무원들도 허탈감에 빠져 있다.

경기도청 직원들은 유달리 공직자의 청렴성과 성실을 강조해온 도백 (道伯) 이 비리의 한 복판에 서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 공무원은 "부창부수 (夫唱婦隨) 란 말을 아이들에게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상황" 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일부에선 그동안 林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의 '튀는 행동' 에 조마조마했는 데 결국 '사고를 쳤다' 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많은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林지사가 외환위기 수습을 위한 구원투수임을 자처하며 서민들과 동고동락을 강조했고 朱씨는 의사 출신으로 여느 정치인 부인들보다 한차원 높은 내조를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산조각이 났다.

국민은 비리를 철저히 가려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은행 퇴출과 관련, 국회의원과 유력 정치인들도 연루돼 있다는 소문도 꼬리를 잇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대전 법조비리.미완의 옷 로비 수사.파업 유도설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로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적 중립을 대내외에 천명한 뒤 처음 맞닥뜨리는 사건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국민은 검찰을 지켜보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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