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달아오른 증시 '경품도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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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증권.투신사들의 경품경쟁이 치열하다. 올 초만 해도 식료품.의류 등 고작해야 몇만원대였던 증권.투신사들의 경품은 최근 고급승용차.골프회원권에서 급기야는 수억원의 현찰을 내거는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경품경쟁 =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증권사와 투신사들은 간접투자상품을 사는 고객이나 예탁금 보유자들에게 티셔츠.가방.식기 등 주로 생활필수품을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정도의 판촉을 벌였다.

그러던 것이 증시가 본격 활황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판매 열기가 불어닥치면서 경품은 날로 고급화하고 있다.

경품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대우증권. 지난 5월 이 회사는 주식형 수익증권인 '찬스 밀레니엄 펀드' 가입자들에게 '주가지수 알아맞히기' 방식을 이용한 경품행사에 나섰다.

2000년 첫 주식거래일의 주가지수 종가를 맞추는 가입자들에게 펀드 가입금액의 1백%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불하겠다는 것. 대우증권은 모두 25억원을 상금으로 책정해놓고 있다.

한화증권은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주식거래 수익률 대회' 를 열고 참가자 중 2백8명을 추첨해 다양한 상품을 지급할 계획이다.

참가자격은 이 기간 중 예탁금 5백만원을 넣고 주식거래를 한 고객들이며, 선물옵션거래자들의 경우는 최소 3천만원 이상 예탁자들이 대상이다.

추첨 결과 1등에 당첨된 참가자에겐 한화증권이 판매하는 뮤추얼펀드 2만좌 (1좌는 5천원) 를 주고, 2등은 한화그룹 용인프라자 골프회원권을 지급한다.

동원증권은 고급승용차 경품을 준비하고 있다. 추첨일 (7월 19.26일, 8월 2일) 직전 예탁자산이 3천만원 이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1등 그랜저XG, 2등 EF쏘나타를 줄 예정이다. 또 행사기간 중 한달 거래 수수료가 50만원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추첨을 벌여 대상 수상자 에쿠스, 금상 체어맨, 은상 카니발 승용차를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투신은 이달부터 펀드운영에 들어간 '자바펀드' 가입고객들을 대상으로 곧 추첨행사를 갖고 모두 1천23명에게 최고 1백만원권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계획.

이밖에 LG.한양.교보증권 등 증권사들도 고객확보를 목적으로 개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컴퓨터.가전제품 등을 상품으로 내걸고 경품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 고액 경품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 = 증권업계의 억대 경품 경쟁은 외환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에서 자칫 사회갈등의 요인을 제공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의 김한기 부장은 "노숙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증권사들이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억대 현찰과 최고급 승용차를 내걸고 있다" 며 "억대 경품에 대해 공정거래 차원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곧 공정위에 고발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삼는 경품행사까지 하고 있어 교육계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H증권 등이 자사주식.노트북.미국 여행 등 특별 경품을 마련해놓고 학생들을 증시로 유인하고 있어 일부 학생들이 등록금을 증시에서 날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여러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의 현정근 책임감독역은 "증권사들의 과당경쟁이 공정거래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그같은 행위가 증시 건전질서를 해치고 있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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