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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청사 화재…스프링클러 없고 경보기도 안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1일 오후 2시21분쯤 서울 세종로 77 정부종합청사 4층 통일부 사무실에서 불이 나 보관 중이던 서류와 집기가 불탔다.

경찰은 사무실 선풍기의 모터 과열로 불이 났다고 발표했으나 통일부측은 이를 '졸속 수사' 라고 반박했다.

청사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

세종로청사에 불이 난 것은 70년 청사 입주 이후 처음이다.

◇ 피해상황 = 이번 불로 청사 410호 통일부 인도지원국 인도지원기획과.이산가족과 사무실 30여평 내부가 타 서류와 컴퓨터 디스켓.사무집기.컴퓨터 등 1천5백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통일부 양영식 (梁榮植) 차관은 "행정공문 등 일반서류 일부가 불탔으나 '이산가족 교류신청서' 와 대북지원 관계서류 등 중요 문서는 캐비닛 안에 있어 손실이 없었다" 고 밝혔다.

종로경찰서측은 "이산가족 명단은 일부 물에 젖었으나 2층 통일부 전산실과 1층 이산가족 상담실에 분산배치돼 있는 데다 전산입력돼 있다" 고 밝혔다.

◇ 화재 원인 = 김영화 (金榮和)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밤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 "여직원 책상 밑에 놓여 있던 소형 선풍기가 계속 작동해 모터 과열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토요일 (10일) 퇴근하면서 끄지 않은 선풍기가 문제가 됐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통일부는 "최종 퇴실자인 사무관 2명이 코드를 완전히 제거하고 퇴근했다" 면서 "서둘러 직원 과실로 단정지은 근거를 대라" 며 경찰 발표에 강력 반발했다.

경찰은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전경 40명을 동원해 통일부 직원의 회견장 출입을 봉쇄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 허술한 예방과 늑장 대처 = 종로소방서는 "청사는 자체점검 대상 건물이어서 96년 이후 소방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고 밝혔다.

게다가 화재발생 후 통일부 직원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정부 세종로청사는 지상 20층.지하 2층 구조의 양식 슬라브 건물로 연건평 2만4천35평. 경제부처 (과천청사) 를 제외한 통일.외교통상.행정자치부 등이 들어 있다.

◇ 발생과 진화 = 불이 나자 종로소방서 소방관.경찰관 88명과 22대의 소방차.펌프차가 출동, 진화작업을 벌였으며 16분 만인 오후 2시37분 불길이 잡혔다.

불을 처음 본 청사경비대 권혁원 (21) 상경은 "외곽순찰 중 4층 사무실에서 연기가 솟아 종로소방서에 신고했다" 고 말했다.

◇ 복구대책 = 통일부는 화재 직후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피해 점검과 복구대책을 마련했다.

통일부는 "12일까지 임시사무실 설치와 엘리베이터 운행 정상화 작업을 마치겠다" 며 철야작업을 벌였으나 완전복구에는 1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종 퇴실자인 사무관 2명과 여직원을 불러 조사했으며 화인 조사가 끝나는 12일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영종.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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