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미사일 추진…국내 로켓기술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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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정부가 사정거리 5백㎞짜리 로켓 개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국내 로켓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켓 개발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 과학로켓과 미사일 = 실제로 정부가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미사일. 그러나 미국은 미사일 뿐만 아니라 과학로켓 개발까지도 규제하려 하고있다. 실제 미국무부 실사단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과학로켓 개발현장도 둘러보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과학자들은 미국의 이런 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미사일기술통제협약 (MTCR) 전문에 "가이드라인은 국가적인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고 명시됐듯 장차 위성발사를 위한 과학로켓 개발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해서는 안된다는 것.

◇ 로켓 자력 개발 가능한가 = 미사일은 3백㎞ 개발까지 한.미간에 양해된 사항. 과학로켓의 경우 우리는 고도 7백㎞에 도달할 수 있는 3단형을 개발 중이다.

3단형 과학로켓은 위성 자력 발사를 위한 전단계로 개발되는 것. 시험발사시기는 2년 후인 2001년 가을 예정. 이 로켓이 순조롭게 개발되기 위해선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로켓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소측은 "국제적인 기술협력이 어려운 최악의 경우라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낙관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추진기관과 유도제어는 골프에 비유하면 각각 장타와 정교함 같은 것. 멀리 날려 보내려면 효율이 뛰어난 연료가 필요하고, 공간상의 목표에 정확히 도달하기 위해선 비행 중간 중간 생기는 오차를 잡아주는 제어기술이 필수적.

유도제어의 핵심인 관성항법장치 기술은 미국의 절반 수준을 넘긴 정도. 또 힘 좋은 액체연료를 과학로켓에 시도해보는 것도 이번 3단형이 사실상 처음이다.

◇ 미국의 반대에도 자체 로켓기술을 확보해야하는 이유 = 군사 기술의 자립은 논외로 치더라도 상업적인 이유로 기술 확보가 시급한 형편. 미항공우주국 (NASA) 등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2010년께부터 1t이하의 소형위성 발사시장만도 연간 2백기 규모에 이른다.

위성 1기 발사비용은 2백억~3백억원 정도. 우리 정부의 우주계획에 따르면 한국 역시 매년 1~2기씩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국내시장에 아울러 외국에서 3기쯤만 발사 수주를 받아도 경제성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싼 돈을 주며 핵심기술을 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위성 발사 대행할 수 있는 나라는 8개국 정도. 정부는 2010년까지 적어도 우주 발사를 할 수 있는 12개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로켓은 언제쯤 개발할 수 있나 = 정부는 2005년께 우주발사로켓을 쏘아올릴 계획. 소형위성 (2백㎏ 이하) 을 싣고 올라갈 예정이다. 이 정도면 고도 1천5백㎞ 정도를 올라갈 수 있는 '힘' (추력) 과 수백m 이내 오차로 위성을 분리시킬 수 있는 유도의 '정확성' 이 필요하다.

◇ 국내에서 자력 발사, 주변국과 마찰 없을까 = 중국이나 일본 모두 미사일까지 갖춘 마당에 한국의 과학로켓 개발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기는 힘든 상태. 다만 영공통과 발사 실패시 추락물체 낙하 등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장거리 로켓발사는 한국의 경우 남쪽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향. 정부는 이와 관련, 1천억원 가량을 투입, 우주센터 (2003년 완공 예정) 건설 부지를 물색 중이다. 입지조건이 가장 좋은 곳은 제주 남부. 그러나 경남이나 전남 해안에서도 주변국의 영공을 거치지 않고 적도쪽 공해상으로 쏘아보낼 공간이 있다.

열 곳이 넘는 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 등의 효과를 감안, 유치를 신청하는가 하면 일부 유력 후보지 주민들은 위험시설로 기피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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