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16~1920] 러 공산주의 정권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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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17년 11월 6일]볼세비키 그룹이 이날 (러시아력으로는 10월24일) 수도 페트로그라드 (옛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지난 2월 들어선 부르조아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다.

1870년대 마르크스주의자가 된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본명 울리아노프.1870~1924) 이 주도한 볼세비키들은 러시아 사회민주당의 한 분파로 직업혁명가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표방하고 있는 강경파 그룹이다.

레닌은 1900년 망명했다가 이해 4월 러시아와 교전 중이던 독일이 주선한 열차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와 볼세비키들을 지휘했다.

1914년 대전 참전 이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러시아 민중은 지난 2월8일 수도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3월15일 차르 (황제) 니콜라이 2세를 제위에서 몰아낸 바 있다.

이번 볼세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권력은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후…]

빵.토지.평화를 외치며 노동자.농민 주축의 소비에트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공산정권이 1917년 세계 최초로 러시아에서 들어섰다.

자본주의 비판에 바탕을 둔 마르크스의 혁명사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에서 가장 자본주의화가 덜 된 후진국 러시아에서 처음 실현된 것이다.

차르 전제정권 아래서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레닌과 그 후예들은 혁명 이후 무제한의 권력남용과 학살 등으로 자신들이 타도한 차르 못지 않은 무자비한 폭압정치를 펼침으로써 대중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10월혁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자본가를 타도하고 생산자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건설했다는 옛 소련의 공식 해석에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노동자.농민을 앞세운 허울 속에 공산주의자들이 무참히 짓밟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인간을 제도적 억압 속에 몰아넣고 권력에 의한 어떠한 도전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10월혁명은 실패한 혁명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80여년만에 공산주의 정권이 깃발을 내린 후 그 후유증으로 경제난과 사회혼란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세기말 상황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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