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32. 우드로 티샷 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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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5월 88골프장 서코스에서 열린 MBC 엑스캔버스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저는 오비(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냈어요. 11번 홀이었지요. 두 타를 까먹은 그 드라이브샷만 아니었다면 우승도 가능했을 텐데….

프로들의 경기에선 종종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걸 볼 수 있어요. 거리보다는 정교한 샷을 요하는 까다로운 코스일 때의 전략이지요. 가령 공이 떨어질 지점의 페어웨이가 좁다거나 좋은 세컨드 샷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정확한 공략이 필요할 때 그렇게 해요.

티 높이 낮춰 미스샷 방지

그런데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는 파4나 파5홀의 티잉그라운드에서 기계적으로 드라이버를 잡지요. 그런 분들은 생각을 좀 바꿔 볼 필요가 있어요. 코스 디자인이 만만치 않을 때 무리하게 드라이버를 잡지 말고 좀더 자신있는 클럽으로 티샷을 하라는 거예요.

특히 300야드를 조금 넘는 짧은 파4홀이라면 굳이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겠지요. 3번 또는 5번 우드로 티샷하고도 짧은 아이언으로 충분히 온그린을 할 수 있으니 거리보다는 정확성을 기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우드로 티샷을 할 때는 몇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요. 먼저 티 페그(Tee Peg)의 높이입니다. 드라이버보다 헤드 높이가 낮으니 티 페그도 그만큼 더 낮게 꽂아야겠지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티의 높이는 공의 가운데 부분이 클럽 페이스의 윗부분 정도에 오도록 조절하는 게 적당해요. 티가 높으면 공이 높이 뜰 뿐 아니라 방향성이 좋지 않을 수 있지요.

퍼올리는 샷이 되면서 왼쪽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생기기 쉬워요. 그래서 프로선수들은 이따금 티 페그 없이 잔디 위에 공을 놓고 티샷할 때도 있어요. 영국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가 그렇답니다.

롱 아이언으로 티샷할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페어웨이 잔디 위에서는 아이언샷을 잘 하다가도 티 페그를 꽂고 아이언으로 티샷할 때는 오히려 부정확한 샷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 경우 공이 거의 솟아오르지 않도록 티를 낮게 꽂거나 공을 아예 잔디 위에 놓고 치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지만 지면이 평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 골퍼들께서는 가급적 낮게 티 페그를 꽂는 게 바람직해요.

우드 샷을 셋업할 때 공의 위치는 드라이버를 잡을 때와 큰 차이가 없어요. 사진A처럼 왼발 뒤꿈치와 일직선을 이루거나 약간 안쪽으로 공을 놓으면 무난하지요.

주의할 건 드라이버만큼 거리가 안 난다고 해서 오버 스윙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어깨 회전을 충분히 하고, 중심 이동만 원활히 한다면 드라이버와 그리 많은 거리 차가 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진B를 보세요. 왼쪽 어깨를 오른 무릎 위쪽까지 충분히 회전시켰고, 하체도 45도 정도 돌아갔지요. 탑 오브 스윙에서도 클럽 샤프트가 지면과 수평을 이룬 정도에서 멈췄어요. 이것으로 충분하답니다.

공 위치는 드라이버와 비슷

다운 스윙도 원칙대로 똑같이 하세요. 더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씀이에요. 고개를 들지 말고 눈을 끝까지 공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는 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우드샷은 비장의 무기로 갖춰 둘 만한 샷입니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잘 익혀둘 필요가 있어요. 연습장에서 혹시 드라이버와 아이언샷만 다듬는 분들은 우드샷도 녹슬지 않도록 챙겨두세요. 반드시 효자 노릇을 할 때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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