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美.加 방문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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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6일간의 미국.캐나다 방문에서 크게 세가지를 얻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서해 교전사태 등으로 혼선을 빚었던 햇볕정책의 틀을 다시 다듬었다.

필라델피아에서 '자유메달' 을 수상함으로써 인권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다졌다.

그리고 미국과 사회보장.과학기술협정 합의, 캐나다와 통신장비 조달협정.소프트웨어 협력사업 등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

우선 미국 방문 일정의 대부분은 햇볕정책에 대한 한.미간 공조체제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안^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전략적 공조를 다짐했다.

金대통령은 1백80㎞에 묶여 있던 한국 미사일의 사정 (射程) 거리를 5백㎞로 늘리겠다는 카드를 전격적으로 제시, "논의해 보자" 는 클린턴 대통령의 답변을 끌어냈다.

우리측 관계자는 "미국측은 5백㎞ 확대에 부정적이나 양국 협상 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려놓은 자체에 의미가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의 '당근' 만이 아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햇볕정책을 밀고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를 거뒀다" 고 강조했다.

북한 관련 문제의 포괄적 해결방안을 담은 '페리 보고서' 를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일찍 내놓기로 합의한 일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조기 공개라는 압박을 통해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대응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수상은 金대통령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적 평가다.

10명의 역대 수상자 중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 5명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청와대측은 이 대목과 金대통령 수상을 연관시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의 불안요인들이 여러 군데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 미사일 문제 등 햇볕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북한 당국의 변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국정 혼선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캐나다 방문 성과와 국내 정치의 불안정 요인들을 어떻게 조화.정돈하느냐가 金대통령의 남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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