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논쟁서평] 지구종말론 비판 '에코스캠' 번역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에서 93년에 발간돼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에코스캠' (이진출판사.1만원) 이 번역출간되면서 국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저자는 포브스지 (誌) 과학기자를 지낸 로널드 베일리. 그는 과학자와 환경론자들의 '위기 (危機) 과장' 과 이에 편승한 언론의 '부풀리기' 로 인해 오늘의 지구종말론이 형성됐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인구 폭탄' '성장의 한계' '핵 겨울' 등의 저서. 책에 그려진 지구의 미래는 참으로 암울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 '빗나간 예측' 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대신 베일리는 과학자.환경운동가.언론등 세 집단이 이루고 있는 '철의 삼각' 에 의해 환경위기가 '상품화' 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아.자원고갈.지구온난화 등도 연구비와 모금 확보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하나의 '거대한 음모' 라는 것이다.

저자는 환경보호운동가들을 '급진적 평등주의자' 로 부른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급진주의의 색깔은 적색이 아니라 녹색임을 확신한다" 는 사회생태연구소 설립자 머레이 북친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적색' 은 마르크시즘을 의미하며 '녹색' 은 환경운동을 상징한다.

과연 그들은 지구의 위기를 과장하고 있는 것일까. 끊임없이 종말론을 말하면서 다른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얼마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일까. 아니면 베일리와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일단의 사람들은 자의식이 없는 '환경낙관주의자' 일 뿐인가.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상돈 (李相敦.48.중앙대.법학) 교수와 최근희 (崔瑾熙.43.서울시립대.도시행정학) 교수의 지상논쟁을 통해 '에코스캠' 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허의도 기자

◇ 이상돈 교수 "맞다"

인구과잉.자원고갈.식량부족.환경오염으로 20세기말 인류문명이 종말을 고하리라는 비관적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로마클럽이 펴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성장의 한계' 가 대표적이다.

대신 식량은 넘쳐나고 평균수명도 길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편이 옳다.

그럼에도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환경파괴로 인해 종말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에코스캠' 의 저자 베일리에 의하면 폴 에를리히 (스탠포드대 곤충학 교수) 와 제레미 리프킨 (경제동향재단 소장) , 그리고 로마클럽.월드워치연구소 등이 대표주자들이다.

과학을 조작해서 위기를 과장하고, 자신들만이 해법을 안다면서 연구기금을

모으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라는 것이다.

월드워치연구소의 경우 해마다 대기근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리프킨은 유전공학 때문에 인류가 파멸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의 '겁주기' 에 비한 비판도 매섭다.

미국의 한 기업연구소는 월드워치연구소가 사교 (邪敎) 집단이라고 했다.

반면 '에코스캠' 출간 이후 지난 6년간 일어난 일은 저자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충분해 보인다.

온난화로 인해 205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5도씩이나 올라간다고 80년대에는 예측했는데 95년에 유엔기구는 2100년까지 1~3도 정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후모델이 정교해짐에 따라 온도증가 예상치는 낮아지는 것이다.

미국민들은 이제 지구환경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미국 의회가 '기후변화 교토의정서' (97년 체결된 세계적 탄산가스 방출량 규제협약) 와 '생물다양성 협약' (92년 체결된 생물 보존협약) 을 비준할 가능성은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환경낙관론이 미국의 정책이 될 것이다.

환경종말론은 환경보호를 빙자한 반 (反) 과학적이고 반 (反) 문명적인 근본주의다.

우리 주위에도 환경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식의 근본주의가 팽배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 최근희 교수 "틀리다"

이 책은 환경문제에 대한 일부의 그릇된 시각과 환경보호론자들의 위선적 행동을 용기있게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각 역시 반대편 극단일 뿐이다.

선진국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는데다가 환경보호론자 모두를 종말론자 또는 마르크시스트로 매도하면서 지구의 자연보호에 대한 공헌을 철저하게 폄하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저명한 환경보호론자인 에를리히.리프킨과 앨 고어 미국 부통령까지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핵무장과 핵물질 개발 반대에 앞장섬은 물론 고래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환경종말론자 단체라는 그의 주장에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공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필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그린피스회원들은 결코 종말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철저하게 비폭력을 수단으로 어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한푼 받지 않으면서 때로는 목숨을 건 활동까지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베일리는 경제발전과 함께 지구상 숲의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변하나, 아마존과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심각한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그는 인류생존에 필수적인 종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순환법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그의 주장은 선진국의 신자유주의 자본과 개발논리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은 자국의 목재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묘한 방법을 동원한 적이 있다.

90년대 초에 오레곤주의 흰올빼미가 벌채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언론과 환경보호단체에서 법석을 떨었고 연방의회에서 벌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빼미 보호는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자국의 목재자원보호가 근본 목적이었다.

따라서 베일리의 주장은 선진국들의 자국 자원보호주의 음모를 교묘하게 옹호하는 논리를 그럴 듯하게 강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