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사범에 '햇볕' 정가에도 비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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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관용의 정치' 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5일 오전 (한국시간)에는 구속 노동자.장기수.보안법 위반 사범의 대거 석방방침을 밝혔다.

결국 재야와 노동자 단체의 오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전통적 지지기반을 재구축하려는 일련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金대통령은 그같은 방침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밝혔다. '자유메달' 을 수상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다.이 상은 자유와 민주화에 노력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노벨 평화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외국의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한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보안법 존치와 양심수 대목을 문제삼아왔다.

외국에 나가서는 가급적 국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온 金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발언한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金대통령의 수상은 전직 (전두환.노태우) 대통령들에 대한 석방조치가 크게 고려됐다고 한다.

자신을 탄압한 정적 (政敵)에 대한 화해와 관용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金대통령도 수상 연설에서 "나에게 사형 언도를 내리고 박해했던 과거의 권력자들을 모두 용서했다" 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관용과 함께 가는 자유가 더 큰 자유" 라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등도 관용의 정치와 통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과 밖, 남과 북, 좌와 우, 그리고 위와 아래의 '총체적 냉전' 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한다.

자유메달은 金대통령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즉 "국내의 미묘한 정치적 사안에 영향을 끼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탓인지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에게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도 고려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먼저 쏟아졌다. 朴대변인은 "내가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고 답했다.

그러나 朴대변인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된 자유와 권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폭의 사면이 이뤄질 것" 이라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국정 운영의 흐름이 관용과 화해 쪽으로 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최소한 기본권과 관련된 시비는 차제에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최근의 '언론 길들이기' 논란이 金대통령 귀국 후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물론 청와대측은 金대통령의 사면방침에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한다. "확대해석하지 마라" 는 것이다.

일단은 노동자들과 장기수에 대한 것으로 국한해 봐달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오타와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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