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언론탄압 우려엔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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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꺼번에 큰 사건들이 일어난 지난달 30일의 뉴스를 보도한 7월 1일자 신문들은 어수선했다.

19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수련원의 끔찍한 화재를 비롯, 빅딜을 포기한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대우그룹 사장단 사표제출 등의 소식들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오늘의 우리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한진.보광 등 22개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은 더욱 흥미를 끌었다.

이 세무조사에 대한 관점이 신문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겨레는 '탈세에 대한 철저한 응징' 을 권고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기업의 탈세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로 집중하는 반면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이 '언론 길들이기 차원' 으로 예의주시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 '신중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1면에 '보광그룹.세계일보 세무조사/언론 길들이기 의혹' 이란 강한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야당의 즉각 중단 촉구' 를 작은 제목으로 붙였다.

또 4면의 '야, 언론탄압 시나리오' 의 해설기사는 한나라당의 '판단' 임을 빌려 "언론장악을 위해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 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신문들이 권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아 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폭로와 비판에 열중해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앙일보는 옷 로비로부터 그림 로비, 손숙 전 장관의 격려금 수수사건 등 잇따라 공격적인 기사들을 특종으로 보도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고 장관 경질까지 몰아오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것이 권력의 불편한 심기를 돋우어 언론을 '괘씸죄' 로 우회 견제하려는 권력의 저의가 표출됐을지도 모른다는 혐의도 그래서 가능하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것은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언론계 전체의 문제일 것이며 이같은 '탄압' 에 대한 신문들의 공동 제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중앙일보의 깊은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어딘가 꺼림칙하게 소감이 남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중앙일보가 이 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해석이나 징후가 곧 사실 자체는 아니므로 사태에 너무 앞선 단정은 지나치게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광그룹이 중앙일보 발행인과 관계된 것이라면 그 보도와 해석은 보다 신중하고 겸손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 세무조사가 언론인과 관계있는 기업에 대해 이루어지면 어떤 이유로든 비난.거부돼야 할 것인가의 문제도 상기된다.

그것은 이른바 '경.언 (經.言) 유착' 의 의심을 살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서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참신하게 제작했다고 환영할 만한 것은 지난 6월 15일자부터 아마도 10일 간격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세기 신문' 이었다.

새 밀레니엄의 'D - 200일' 을 기해 간행되는 이 기획은 '5년간지 (年刊紙)' 일 터인데 그것은 일간지처럼 머리기사로부터 5년 동안의 정치.사회.문화.과학의 중요 사건들을 고루 기사화하면서 '연표' 와 '새상품' '부고' '새책' 등 신문의 꼴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 한 세기의 한 시기를 흥미롭게 조감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라이트의 비행기 발명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혁명' 등 과학과 문화를 톱으로 다룬 것이 나로서는 반가웠다.

다른 신문들이 생각해보지도 않은 이 공시적 (共時的) 인 정리가 재미있고 그 나름의 효과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계속해온 20세기의 정리에는 통시적 (通時的) 인 추적이 별도의 기획으로 좀 더 무겁게 보충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김병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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