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해설가가 교체 선수 맞히는 이유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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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26면

7월 2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 급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8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전날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중국 증시였다. 연중 최고치를 꾸준히 갈아치웠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83%에 달했다.

고란과 도란도란

앞서 27일(현지시간) 짐 로저스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월가의 전설’로 통하는 세계적인 투자자다. 1984년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면서 중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중국 예찬론자가 됐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인 보모를 붙였다. 88년 중국 증시에 투자하기 시작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중국 주식을 판 적이 없다. 그랬던 그가 인터뷰에서 “중국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폭락이 우려된다”며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주식을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9일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로저스가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 발언을 한 다음 날이다. 그날 저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허필석 대표를 만났다. 대화 도중 중국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옮겨갔다. 로저스의 발언과 그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언급하며 “‘월가의 전설’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다. 로저스가 정말 대단하기는 한가 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허 대표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는 “로저스는 마치 야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해설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라디오로 야구 경기를 듣다 보면 해설가는 투수나 타자 교체를 예상한다. ‘바꿀 때가 됐어요. 최근 컨디션을 고려하면 OOO이 나오겠네요’라고 말하며. 그럼 얼마 안 가 정말 그 선수로 바뀐다. 청취자는 ‘전문가라 역시 다르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다음 투수나 대타자로 나올 선수들은 등판 전 경기장 구석에서 투구나 배팅 연습을 한다. 그걸 슬쩍 보면 다음에 누가 나올지 알 수 있다.

허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로저스도 비슷하다. 중국 증시는 정부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증시가 요동친다. 20여 년간 중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그가 구축한 중국의 정·재계 인맥은 광범위하고 치밀하다. 그런 인맥을 활용하면 앞으로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짐작할 수 있다. 예측이 맞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가 해설가라면 개인투자자는 청취자다. 기관에는 기업 실적과 관련한 데이터가 쌓인다. 어디에서 어떤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는 수급과 관련한 정보도 들어간다. 그런 기관에 비해 개인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8월 개인들이 많이 산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5.4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돈이 몰린 30개 공모형 주식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2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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