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속에 타오른 제자사랑…20여명 구하고 끝내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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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화재 현장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20여명의 제자들을 화마 (火魔) 로부터 구해내고 숨진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화성군 마도초등학교 5학년 1반 담임 김영재 (金永在.38) 선생님은 30일 오전 1시30분쯤 매캐한 연기에 잠에서 깨어나 30여분간 정신없이 제자들을 등에 업고 밖으로 구출해 냈다.

金교사는 그러나 한 어린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선생님이 자는 저를 깨워 업고 뛰셨습니다.

건물 밖에 저를 내려놓으신 선생님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셨어요. " 임소리 (12) 양은 흐느껴 울며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金교사가 마도초등학교로 부임한 것은 올 봄.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초등학교에서 10년간 교사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시골학교에 부임한 것이다.

金교사는 지난해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열었던 수련회를 올해는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야영장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한번 하자" 는 학부모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김창회 (金創會.54) 교감은 "평소 金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며 "특히 학교행사에 학부모가 '치맛바람' 을 일으키는 것을 싫어해 아예 학부모가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했다" 고 말했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경기도 화성군 마도면 마도초등학교 (교장 姜慶子) 5학년 1반 교실에 걸려 있는 '사랑의 교실' 이란 글귀와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풍금은 金교사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했다.

87년 광주교대를 졸업한 金교사는 7남매의 막내로 홀어머니를 모실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유족으론 교사인 부인과 초등학생인 두 딸이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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