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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의료복합단지는 균형 발전의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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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많은 사람이 경부고속철도(KTX)의 최대 수혜 도시로 대구를 꼽는다. 과거 새마을 철도나 고속버스로 3~4시간 걸리던 것이 KTX를 타면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서울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동시간의 단축은 대구를 포함한 지방을 수도권에 더욱 의존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구 사람들이 좋은 병원을 찾아 서울로 가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게 한 예다. 정확한 자료가 없으면서도 서울 소재 대형 병원들의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더 높은 것처럼 인식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시술만큼은 서울에서 받겠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대구 신서혁신지구가 충북 오송과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지역으로 선정됐다. 물론 첨단의료단지의 조성은 지역 병원들의 진료 수준을 직접 향상시키기보다 신약개발센터,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 의료기기 및 의료 관련 서비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지원센터의 조성과 연구개발 역량의 강화는 지역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 수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은 그동안 선진국에 의존하던 의료산업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기업과 연구기관, 그리고 대학들이 힘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연구개발·임상시험·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단지 조성을 위해 앞으로 30년간 국가예산과 민간자본 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그 결과 의료산업에서 45조원, 지역경제 성장으로 37조원의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38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 문제가 없었는가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적할 것은 올 4월까지 단지를 한 곳만 조성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곳을 선정해 정치적 고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지 지정을 둘러싸고 10곳에 달하는 지자체들이 과잉 경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됐고, 결정 이후 탈락한 지자체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왜 첨단의료단지가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 위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어젠다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토균형발전은 어느 정권의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심각한 현실 이슈다. 이런 차원에서 지방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규범적 당위라고 할 수 있다.

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