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장기적 한미동맹을 지향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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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7월 2일 취임 이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제3차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기회에 우리는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방향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 포괄적 접근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이것을 넘어 통일 이후까지도 지속될 수 있는 한.미동맹을 지금부터 설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비단 한반도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이고 중국이 이를 이해하고 협조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지역적 시각을 갖고 우리는 한.미동맹을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새겨봐야 한다.

미국은 유일한 안보동맹이요, 최대시장이며 민주주의 동반자다.

미국은 우리와 전쟁억지.대량 살상무기 비확산.지역안정.경제적 상호 의존과 같은 목적을 공유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인권과 같은 가치도 공유한다.

원래 전쟁 방지를 위해 결속된 한.미동맹은 이제부터는 북한을 포괄적으로 포용하는 데 공동의제를 지향해야 하고 동시에 동아시아 전체에서 안정과 번영을 공동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 방향감각을 갖고 한국은 미국과 현재의 도전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 나가야만 민주당이나 공화당 정권을 초월해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협력과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동아시아에서 핵 및 미사일비확산과 지역안정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당장 시급한 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또다시 강행한다면 이는 한반도와 기타 동아시아 지역에 주둔한 미 군사력을 직접 위협하고 그 결과 한.미 안보협력에 도전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에 대한 10억달러 지원을 중단할 것이고 이미 착수한 전역미사일방위 (TMD) 계획을 더욱 본격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도 미사일 배치와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니 그 결과 군비 경쟁이 가열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에서 핵 및 미사일을 방지하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미국 의회는 이미 불량 국가들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적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조치까지 해둔 상태다.

동아시아의 지역안정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은 공동시각을 정리하고 이에 중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매우 전략적인 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은 범세계적 비확산을 외교정책에서 최우선시해왔다.

한편 한국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피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치중해 왔다.

이 두 시각 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은 양국이 동아시아 지역안정에 대한 비확산과 전쟁억지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한다면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이해가 교차하는 요충지에서 대량 살상무기와 재래식 전쟁 위협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국익과 일치하고, 나아가 지역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미.중 및 일.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으므로 중국은 북한 문제도 대미 및 대일 관계의 일환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양자 관계에서 분리해 진실로 안정과 평화를 위해 건설적으로 협조하게끔 한국과 미국이 외교적인 조율을 조용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한.미 양국 정부는 비교적 원만한 공조를 이뤄왔다.

이에 더해 시급히 요망되는 것은 의회.언론.학계 및 이익집단들과 같은 공중지지를 배증하는 노력이다.

탈냉전기의 국제관계에서는 국내 정치가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소보 사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세가지 교훈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 동맹으로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는 첫째, 알바니아계인의 인권보호와 세르비아군 철수 목적에 대해 굳게 결속했고 둘째, 국내 여론이 이것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했고 셋째,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그것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도 이것을 거울삼아 양국이 공유하는 목적에 대해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극대화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힘을 비축해 두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귀중한 지렛대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

동맹으로 미국은 남북간에 결코 중립적 중재자가 될 수 없다.

결국 한.미관계가 원만해야만 남북관계도 좋아질것이고 우리의 외교력도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의회와 각계 각층이 우리의 입장을 지원하도록 우리는 다변화한 외교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 연세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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