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특집] 남북 '언어단절'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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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강산 관광 등 민간차원의 남북간 접촉기회가 늘어나면서 쌍방간 서로 다른 언어문제로 의사소통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금강산을 다녀온 한 관광객은 "북한 안내원들과의 대화는 그런 대로 괜찮았지만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 실토했다.

북한 말 중에 ▶얼음보숭이 (아이스크림) ▶후어머니 (계모) ▶인차 (곧) 같은 경우는 제법 익숙 (?) 해진 편이지만 ▶가시집 (처가집) ▶부화사건 (간통사건) ▶치레걸이 (액세서리) ▶맞혼인 (연애결혼) 같은 말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올해 초 국립국어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 가운데 우리 국어사전에 없는 어휘는 자그마치 2천5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언어 이질화로 애를 먹는 건 북한쪽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귀순자나 북측 안내원들은 영어.일어 등 외국어의 영향으로 현대화된 우리말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남북간 언어 이질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심화된 것은 북한이 김일성 교시에 따라 이른바 '문화어' 다듬기에 착수한 1966년 이후부터. 한자어.외래어 등을 한글 고유어나 새로운 풀이말로 바꾸면서 5만개 이상의 단어가 탄생했다.

이념적 지향이 강한 신조어들도 이때 부쩍 늘어났다.

그동안 언어 이질화 해소를 위한 노력은 대부분 실태조사 수준에만 그쳤다.

연구서로는 서울대 이현복 교수가 쓴 '남북한 언어 비교연구' 가 거의 유일하다.

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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