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삼성車·한보등 '지루한 장마' 걷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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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주 증시는 현 시점에서 시장참여자들이 대세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지난주 초 남북간의 서해 교전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당일 하락을 보였을 뿐 곧바로 오름세로 돌아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제도이사회 (FRB) 의장이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사실이 보도된 지난 금요일에도 증시는 소폭이지만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남북문제는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히 우리 증시의 중요한 경제외적 변수 중 하나고 교전상황은 그간의 남북간 악재 중에서도 예가 드문 대형 악재였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는 그간 국내외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온 문제였던데다 이번 그린스펀의 발언은 대단히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잠재적 악재들은 '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더 오르리라' 는 기대 속에 묻혀버렸다.

서해 교전은 이후 벌어진 남북 상호간의 조심스런 대응에서 나타났듯 일과성으로 그칠 것이란 믿음, 미국의 금리인상은 소폭에 그칠 것이고 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다는 판단이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참여자들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이 증권의 생리다. 지난주 증시가 바로 그랬다.

삼성자동차 문제는 시한을 넘겨가면서도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측은 압박의 강도를 더해가고 삼성측도 고심하고 있지만 부채 처리에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계열 삼성생명이 떠안자니 고객 자산에 피해를 줄 게 분명해 감독관청이 손을 내저을 것이고,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가 나눠 안는 것은 소액주주라든지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감이다.

계열 비상장 법인이 맡는다는 안도 있는 모양이나 이 또한 문제가 많다. 또 하나, 아예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법규상 하자는 없을지 몰라도 그 충격파를 생각할 때 현실성은 없어보인다. 이처럼 난마와 같이 얽힌 문제에 어떤 답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제일은행 매각문제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번주에 뉴브리지 캐피털이 정부의 수정제의에 대해 응답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락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도 우리 정부가 너무 싸게 파는 것이 아니냐는 국내의 비판여론과, 한국 정부가 다소 여유가 생기니 자꾸 조건을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외국의 의혹이 병존하고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이번주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한보철강 매각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국제강과 네이버스 컨소시엄 간의 양자대결 구도지만 이 또한 매입가격의 산정기준, 대출기관의 부실처리 문제 등 난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가뜩이나 더운 계절, 앞으로 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 같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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