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인당 세금 19만원 늘어 453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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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이 평균 453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19만원 늘어나게 된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낮췄는데도 1인당 조세 부담액은 4.4%나 늘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6조4156억원(3.9%) 늘어난 171조537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방세는 3조1000억원 증가한 50조2000억원이 걷혀 전체 조세 수입은 약 22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목별로는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많이 증가한다. 내년 근소세는 14조1532억원으로 올해보다 8310억원(6.2%) 늘어날 전망이다. 봉급생활자 1인당 근소세는 평균 176만원으로 올해보다 9만원가량 올라간다. 재정부는 내년에 경기 회복에 따라 임금이 평균 5% 인상되고, 일자리가 15만 개 늘면서 정부가 걷는 근소세도 늘 것으로 내다봤다. 양도소득세는 내년에 22.5% 증가한 8조916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가 한시적으로 폐지되는 등 세제가 정상화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어 양도세가 더 걷힐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포함되는 부가가치세도 내년에 2조3368억원(5%)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법인세는 7288억원(2%) 줄어든 35조4015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 기업들의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데, 올해 금융위기로 기업 이익이 줄어든 여파가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올해 개인이 올린 소득을 기초로 내년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 역시 올해보다 소폭 줄어든 5조901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2011년부터는 세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재정부는 2011년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8% 늘어난 18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9.7%, 2013년에는 9.8%씩 증가하게 된다.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세 수입 증가율을 GDP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해왔지만, 2011년부터는 소득보다 세금이 더 빠르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윤영선 세제실장은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고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로 세원이 증가하면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5% 선인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균형 수준으로 돌려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1인당 조세부담액은 늘지만 국민소득도 증가하기 때문에 총 조세액(국세+지방세)을 GDP로 나눈 조세부담률은 20.1%로 올해보다 0.4%포인트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금과 비슷한 성격인 4대 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올해와 같은 26.4%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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