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교생 '천국여권'만들기 붐…책자형태 10만부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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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 (新宿) 역전에는 요즘 쓰레기를 줍는 여고생들이 곧잘 눈에 띈다.

널브러진 담배꽁초나 빈 깡통을 보물 다루듯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나선 소책자를 꺼내 뭔가를 붙이고 뿌듯해 한다.

길거리뿐만 아니다.

전철 안에서도 여고생들이 노약자한테 자리를 내주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자리 양보가 그리 흔치 않은 일본내 풍경으론 새 모습이다.

고교생들의 때아닌 선행 바람은 소책자 '천국 여권' 때문이다.

여권 크기만한 이 책자는 착한 일을 1백가지 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선전한다.

책자를 산 사람은 첫쪽에 사진을 붙이고 이름과 소망을 적는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선행을 할 때마다 첨부된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나간다.

이렇게 해서 스티커를 1백장 붙였을 때 소망이 이뤄진다는 것. 지난해 10월 발매된 책자는 요즘 전국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처음에는 "무슨 상품인지 모르겠다" 는 반응이 많았지만 소문이 번지면서 붐이 일고 있다.

오사카 (大阪)에 본사가 있는 천국여권 판매회사 니치게쓰코게이 (日月工藝) 측은 "책자는 10만부가 팔렸다" 며 "젊은 여성들, 특히 고교생한테 인기가 높다" 고 말한다.

이 회사 조사 결과 구입자들은 지각않기.수업시간 열중.가사 돕기 등도 선행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망도 가지가지. 남자친구 사귀기.공부 잘하기.돈 벌기가 많다고 한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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