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영결식 날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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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 5월 29일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전 11시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식순에 따라 헌화를 하러 나갔다가 곤욕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다. 그 뒤 오후 5시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를 접견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영결식에 참석한 공식 조문사절이었다. 두 시간 뒤인 오후 7시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일정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 이 대통령은 관저로 퇴근을 했다. 여기까지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5월 29일이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이날의 얘기가 더 있다. 오후 8시30분쯤 김백준 총무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 있나? 술이 한잔 하고 싶은데….”

30여 년 동안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김 비서관으로서도 이례적이라고 느낄 만한 호출이었다. 하지만 이날 따라 외부에서 약속이 있었던 김 비서관은 수석비서관들을 급히 찾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석들도 청와대 경내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1시간 만인 오후 9시30분에야 “대통령이 울적하신지 술 친구를 찾으니 (관저로) 들어가 달라”는 부탁을 받은 수석 5~6명이 헐레벌떡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런 뒷얘기를 전한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22일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그렇게 떠나게 된 걸 가슴 아파했다”며 “또 당시 극심했던 이념적·지역적 갈등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픔과 충격을 나눌 사람이 필요해 술을 핑계로 참모들을 찾은 것 같다”며 “실제 술 자리의 분위기도 무거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 청와대 참모들과 회식=지난 4일 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들을 서울 삼청동 안가로 초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수석들과 함께 폭탄주(소주+맥주)를 서너 잔 마시며 ‘회식’을 했다. 8월 31일 임명된 신임 수석들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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