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관현악곡 완주도전'서울시향 지휘자 정치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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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2일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 수석객원지휘자 정치용 (42) 의 지휘로 오는 18일 열리는 제579회 정기연주회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프로그램은 윤이상의 관현악곡 '예악' (36년작) 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 (피아노 협연 오경혜) .02 - 399 - 1630. 단원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오는 7월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 체제로 출범하면서 어쩌면 '서울시향' 이라는 이름을 내건 마지막 정기연주회가 될지 모른다는 착잡한 마음 때문이었다.

21세기 한국 음악계를 이끌 차세대 지휘자로 손꼽히는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요즘 매달리고 있는 화두는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 다.

올초부터 윤이상의 관현악곡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 연주를 목표로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있는 것.

'예악' 은 윤이상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린 출세작인 동시에 대표작. 정씨가 3월, 4월에 각각 연주한 '바라' 와 '화염 속의 천사' 는 윤이상의 관현악곡으로는 첫곡과 마지막 곡에 해당한다.

정씨는 이밖에 '서곡' '무악' '서주와 추상' '광주여 영원히' 등의 관현악곡과 4개의 교향곡을 내년까지 차례로 완주 (完奏) 할 계획.

정씨는 94년 윤이상의 오페라 '유동의 꿈' 과 '나비의 꿈' 을 국내 초연했고 지난 5월 국내 초연된 '심청' 도 지휘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음악원 오케스트라의 모스크바 공연과 일정이 겹쳐 다른 지휘자로 교체됐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3월과 4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때 제1번과 제10번을 연주했고 5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때 제5번 교향곡을 지휘했다.

15개의 교향곡 중 12개의 교향곡을 남겨 두고 있다.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는 서로 비슷한 데가 많아요. 냉전 이데올로기로 불운한 생애를 보냈지만 20세기를 대표할 만한 작곡가입니다.

정치적 탄압과 좌절, 그리고 뜨거운 조국애와 인간애가 깃들어 있지요. 이들 작품세계에서 관현악곡이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 오페라.발레 무대에서도 정씨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안양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와 국립발레단의 '지젤' 의 지휘를 맡았고 오는 7월초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이 초연하는 이동훈의 오페라 '백범 김구와 상해 임시정부'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다.

또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공연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를 위해 올 여름 내내 연습에 매달릴 계획.

"오케스트라나 지휘자 모두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지 않으면 자기 발전이란 불가능해요. 결국에는 청중의 호응도 잃고 말겠지요.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새로운 곡을 연주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

오는 9월에는 두물워크샵과 아트선재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스트라빈스키 페스티벌' 의 음악감독을 맡아 연주자와 프로그램 선정을 위해 분주하다.

스트라빈스키는 타임지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선정한 인물. 20세기가 저물어 가는 마당에 스트라빈스키 한 명이라도 제대로 조명해 보는 무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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