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명곡20]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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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비에트 혁명 후 망명을 가지 않고 인고 (忍苦) 의 세월을 보낸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06~75) 는 무려 15편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는 평생 24편의 교향곡을 작곡할 생각이었다.

20세기에도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 셈이다.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은 '제5번' (1937년) 이지만 전문가들은 '제10번 e단조' 를 '명곡' 으로 꼽는다.

작곡자의 개성과 개인적 정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 개인감정도 섬세하게 표출돼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세계에 굴레로 작용했던 스탈린은 53년 3월 5일 프작곡가 로코피예프와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스탈린 사후 몇 주 후에 작곡에 착수한 이 작품은 그 해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 초연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죽기 직전 2악장 스케르초가 스탈린에게 바친 것이었음을 회고록에서 고백했다.

49년 스탈린의 식목사업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한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 를 교향곡으로 개작한 것. 또 3악장의 주제 D - Eb - C - B를 독일식 표기법으로 읽으면 D.S.C.H.즉 작곡자 이름의 이니셜이 된다.

쇼스타코비치는 이밖에도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현악4중주 제8번, 교향곡 제15번 등 후기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전체적으로 말러를 연상케 하는 장대한 악상이 지배적인 이 작품은 '어두운 독재의 시대' 를 마감하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되찾는 전환점이다.

54년 3월 소련 작곡가동맹회의에서 토론 대상에 오른 이 곡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과 거리가 멀고 매우 염세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왜 '표제' 가 없는가 하는 질문에 쇼스타코비치는 '직접 들어보고 생각해보라' 고 대꾸했다.

그냥 '인간의 정서와 열정을 묘사한 것' 이라는 말이었다.

결국에는 진보파들의 주장이 관철돼 이 교향곡에 대해 '낙관론적인 비극' 이라는 결론을 냈다.

◇ 추천 음반 = ▶카라얀, 베를린필하모닉 (DG) ▶마리스 얀손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EMI) ▶네메 예르비,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샨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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