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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잇단 곤욕…백두산 호랑이 촬영도 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30일 오정희 원작 '새' 를 시작으로 다시 태어난 KBS 'TV문학관' .우리 문학작품을 90분짜리 드라마로 만들어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27일 방영될 홍성원 원작의 '폭군' .폭군으로 상징화한 호랑이 사냥을 통해 70년대 우리 정치상황을 꼬집은 작품이다. 그런데 호랑이 촬영에 문제가 생겼다. 호랑이 사냥 장면이 5~6군데, 특히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호랑이가 노포수를 덮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포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화면은 일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달려드는 호랑이를 찍고 나중에 컴퓨터로 합성한다는 생각. 그러나 호랑이의 생동감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장면 촬영을 마친 제작진은 "호랑이를 찍기 위해 한달 정도 시간을 들였으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 말한다.

서울대공원.용인 에버랜드 동물원도 가고, 사람 두 명이 호피 (虎皮) 속에 들어가 연출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해서 광릉 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에 도전했다.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면서 닭고기.토끼 등으로 유인하며 호랑이의 '맹수성' 을 자극했으나, 더운 날씨에 지친 호랑이는 무덤덤하기만 했다는 것. 광릉수목원 호랑이는 지난 94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기증받은 것이다.

이밖에도 'TV문학관' 은 많은 곤욕을 치렀다. 당초 첫 작품으로 선정됐던 김주영 원작의 '홍어' 는 눈이 오지 않아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고, 6.25특집으로 기획한 이문열 원작의 '아우와의 만남' 도 중국 당국이 백두산 촬영을 허가하지 않아 당분간 보류된 상태. 고급드라마의 부활을 시도한 만큼 '시련' 도 많은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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