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개혁 입법에 '다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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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열린우리당 원내 대책 회의에서 이부영 신임 의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천정배 원내대표 곁을 지나가고 있다. 조용철 기자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0일 "개혁 입법을 위한 막중한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며 "사소한 문제로 당의 단합을 해치려는 사람은 당원들과 내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내 대책 회의를 마치고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장소로 이동하면서 중앙일보와 한 동승 인터뷰에서다.

천 원내대표는 "내년에 당 의장 선거가 치러지면 물론 계파 간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결만이 필요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의장 교체 파문 속에서 그의 역할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인다. 그러나 당장 다음주부터 다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여권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거의 모든 '개혁 입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8월 말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가 기다리고 있다. 원내에서 이뤄질 이들 '개혁'의 사령탑은 천 원내대표일 수밖에 없다.

그의 야심과 고민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임시.정기국회를 통해 참여정부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자신의 주가를 한층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이른바 '당권파'의 동반 몰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가 "정기국회 성공을 위해 당이 안정될 수만 있다면 누가 당을 맡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천 원내대표는 최근 신기남 의장 사퇴 정국 속에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려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행여 당원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요구해도 절대 할 생각이 없었다"며 심하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20일엔 이른 아침부터 일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무엇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하려고 했겠느냐"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부영 의장과는 과거 정치적 행보가 많이 달랐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창당에 함께 참여하면서 그런 차이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최근 "향후 개혁 방향은 노무현 대통령이 '데생'하고 천 원내대표가 '채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천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과는) 큰 방향에서 처음부터 워낙 잘 공유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 다걸기는 국립 국어연구원이 '올인(all-in)'을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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