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대중음악 매니어들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고민에 빠진다. '올해는 어떤 축제에 장단을 맞출까' 라는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
이들은 우드스톡.글래스톤베리.릴리스 페어 같은 음악 축제를 찾아 젊음을 발산할 뿐 아니라 공연이 펼쳐지는 2~3일 동안 아예 천막 생활을 하며 자신들만의 대안적인 공동체를 경험한다.
결국 이들 축제는 단순히 음악 행사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싱싱한 문화 그 자체라는 것.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도 그동안 실정에 맞게 대형 공연을 개최해왔다. 이중 하나가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내일은 늦으리' .서태지와 아이들.신해철.신승훈.이승환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 92년 이후 매년 9월 열리고 있다.
95년부터 5월에 열리고 있는 '드림콘서트' 도 있다. 하지만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개최하는 이들 공연은 청소년들을 위한 일회적인 행사의 성격이 짙은 것이 사실.
서구의 롤라팔루자나 우드스톡처럼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대형 음악 축제로는 '자유' 를 꼽을 수 있다. 96년 '사전 심의제 철폐' 를 축하하기 위해 열리기 시작한 이 공연은 그동안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에서부터 대형 스타까지 출연시켜 진지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만족시켰다.
양희은. 정태춘. 박은옥. 넥스트. 시나위. 꽃다지 등 의식 있는 가수들이 참여했던 96년의 1.2회 행사는 국내 초유의 행사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무명가수였던 장사익을 등장시켜 국악과 가요의 성공적인 접목을 보여줬다.
하지만 97년 3회부터 들국화.김경호.이현우.박상민 등 소위 제도권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서면서 성장 배경과 활동 기반이 다른 이들 사이에 균열을 보여 그 해 공연은 실패로 끝났다.
일부에서는 "기존 '자유' 가 갖고 있던 대안성이 희석됐다" 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자칫 무산될 뻔했던 '자유' 가 올해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은 대안적이고 의식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진영이 "자존심을 지키겠다" 고 나섰기 때문.
11.12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정태춘.안치환.윤도현 밴드.델리 스파이스 등이 참여한다.
'아름다운 저항 - 4월에서 6월로' 라는 제목이나 참가자들의 면면에서 드러나듯 이번 공연은 '의식성' 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공연을 기획한 강헌씨는 "세기말을 맞아 전통성과 미래성을 결합, 보다 진보적인 방향을 지향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고 말한다.
특히 김장훈은 '나와 같다면' 발표 이전의 전통적 '가객 (歌客)' 으로서의 모습을, 신해철은 전통민요 '새야 새야' 를 테크노로 편곡한 대곡을 발표,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또 임동창과 함께 '흥보가' 를 열창할 동편제 계열의 소리꾼 전인삼은 이번 공연의 '히든카드' 라고. 02 - 596 - 9370. 강헌씨는 "이 같은 대형공연에 참여하게 되면 관객들끼리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연대감' 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고 말한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