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뒷얘기] DJ 재가직후 서둘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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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물갈이가 된 데에는 사시 8회 이재신 수원지검장의 용퇴거부 소동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이번 인사는 총장이 사시 4회에서 사시 8회로 급격하게 건너뛴 점을 고려, 조직의 안정을 위해 사시 8회가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현직에 남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던 것이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여파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최경원 법무차관과 김수장 서울지검장 2명만 살리기로 사실상 내부방침이 확정됐었다.

이같은 방침에 평소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진 李검사장이 "이미 고검장으로 승진됐던 사람이 먼저 용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반발하면서 인사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최근 옷 로비 사건으로 가뜩이나 김태정 장관의 영 (令) 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인사 지연에 따른 후유증이 예고되자 사태는 8회 전부를 사퇴시키는 방향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정면돌파안은 인사가 무산된 4일 밤쯤부터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金장관은 사시 8회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기로 하고 李검사장에게 이같은 방침을 통보, 5일 밤에야 사표를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재가가 떨어지자마자 검찰 인사안을 발표한 것도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인사 후유증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8회가 모두 용퇴해버리자 어부지리는 사시 15회가 얻었다는 평. 15회는 당초 많아야 5~6명 승진이 예상됐으나 무려 8명이 한꺼번에 검사장으로 승진,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게 됐다.

인사폭이 확대됨에 따라 검찰 내부에선 한때 사시 16회의 승진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6회의 경우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비롯,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인물들이 4~5명에 달해 동기간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는 후문. 법무부 관계자는 "이래 저래 15회가 덕을 본 셈" 이라고 촌평.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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