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금리를 찾아라 … 아이디어 금융상품 ‘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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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다. 요즘 은행들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상품엔 나름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친환경 녹색성장’을 테마로 한 예금상품이다. 정부 시책에 부응하면서 저금리로 매력을 잃은 은행 예금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여 보겠다는 의도다. 또 금리 인상에 대비해 만기가 2~3년짜리 예금도 나왔고 만기를 짧게 하면서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상품도 출시됐다.

◆친환경 녹색성장 예금=우리은행이 내놓은 ‘자전거정기예금’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추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1년 만기 상품으로 3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4.1%(9월 17일 기준)지만 ▶자전거를 이용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거나 ▶후불제 교통카드(우리카드)가 있으면 최고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또 LIG손해보험과 제휴해 자전거상해보험에도 무료로 들어준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김천덕 과장은 “친환경 중에서도 자전거에 특화된 예금 상품”이라며 “수익금의 일부를 친환경단체와 자전거 타기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녹색성장예금’에 3000만원 이상 가입하면 연 4.5%, 3000만원 미만이면 연 4.4%의 금리를 주고 있다. 은행 측은 가입금액의 0.1%를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산업 지원을 위한 관련단체에 기부한다. 대구은행도 승용차 요일제 참여 고객에게 최고 연 3.8%의 금리를 주는 친환경 예금을 내놨다.

◆금리상승에 대비=한국씨티은행은 금리인상에 대비해 만기가 2년, 3년인 ‘프리스타일정기예금’을 선보였다. 금리는 3년 만기가 연 5.5%(세전), 2년은 연 5%(세전)로 최저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시판한 지 3주 만에 가입액이 3000억원을 넘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예상해 정기예금 가입을 미루던 고객을 잡기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도 10월 말까지 ‘한가위 특판예금’을 판매한다. 1인당 10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고, 2000억원의 한도를 채우면 판매가 끝난다. 9개월 만기 예금엔 연 3.8%의 금리를 주고, 2년짜리엔 연 4.6%의 금리를 적용한다. 1년짜리 금리는 연 4.4%다.

하나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본으로 하되, 3·6·9개월째 해지해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하나 3·6·9 정기예금’을 내놨다. 1년짜리 금리는 연 4.2~4.3%고 ▶3개월째 연 2.8% ▶6개월째 연 3% ▶9개월이 되는 날에 해지하면 연 3.4%를 지급한다. 금리가 오르면 빨리 해지하고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아파트 관리비 카드=아파트 관리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도 나왔다. 기업은행의 ‘마이아파트카드’, 하나은행의 ‘하나아파트카드’, 부산은행의 ‘BS아파트 플러스카드’, 경남은행의 ‘마이홈카드’가 그런 상품이다. 4개 은행 모두 전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20만원 이상이어야 관리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전월 신용카드를 20만원어치 썼는데 아파트 관리비가 10만원 나왔다면 5% 할인이 적용돼 9만5000원만 내는 방식이다.

하나·기업은행은 전월 사용액이 50만원 이상이면 관리비를 10%(최고 1만원)까지 할인하고, 부산은행은 100만원 이상 사용하면 최대 1만5000원(15%)을 할인해 준다. 경남은행은 70만원 이상이면 10%(최고 1만원)를 깎아 준다. 여기서 말하는 전월 사용액엔 아파트 관리비가 빠진다. 아파트 단지에서 받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한 푼도 없어 관리비 결제액까지 카드 사용액으로 인정하면 할인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아파트 관리비를 카드로 납부할 때는 고객이 200~300원의 결제 대행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하나·기업은행 카드는 결제계좌를 해당 은행으로 지정하면 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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