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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신화 벗기는 화제작 '마이크로소프트 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의 횡포를 감시해야 한다" 는 목소리를 높이며 MS사의 회장이자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의 경영전략에 직격탄을 쏘고 나선 웬디 골드만 롬. 10년 이상 첨단 정보산업계를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인 그녀는 빌 게이츠 신화의 거짓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5년간에 걸쳐 그를 추적했다.

그 고발의 산물인 화제작 '마이크로소프트 파일' (고병권, 김인수 옮김.더난출판사.1만원) 이 번역.출간됐다.

사실을 서술하면서도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MS가 지난 10여년 동안 빌 게이츠의 지도 아래 컴퓨터 운영체제 (OS:Operating System) 및 소프트웨어 시장을 어떻게 운용해왔으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까지 어떻게 자유경쟁을 위협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자 MS측은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 라고 일축했지만 골드만 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실제 MS사가 미 법무부와 20개주에 의해 제소돼 지난해 10월부터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특히 이 재판에서 빌 게이츠가 미국 최대 PC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 중역에게 전자우편으로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를 괴롭히려면 얼마나 주면 되느냐" 라고 질문했다는 증거까지 제출되기도 했다.

골드만 롬은 이 책에서 우선 컴퓨터 시장에서의 독점과 불공정 계약 문제를 제기한다.

MS사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MS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소프트웨어의 시장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컴퓨터 제조업자들이 하드디스크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MS의 소프트웨어를 미리 설치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윈도우95 등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때도 윈도 프로그램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MS사가 개발한 WWW브라우저) 를 끼워 팔아 경쟁사인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의 시장 지위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 것 등이다.

거기다 골드만 롬은 MS가 다른 제품을 고사시키기 위해 에러를 발생시키는 코드를 고의로 집어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윈도3. 1이 출시됐을 때 일부 사용자들은 MSㅡDOS가 아닌 디지털 리서치 사의 DR - DOS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윈도3. 1을 DR - DOS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사용하면 이상한 에러 메시지가 뜬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 같은 MS의 독점을 막기위해 97년 미 소비자운동의 대명사 랠프 네이더도 "MS가 교활한 방법으로 다른 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며 이에 대한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빌 게이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하는 골드만 롬이 궁극적으로 염려하는 것은 이런 문제다.

한 업체의 독점이 가중될수록 우리 삶의 문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 운영체제를 장악한 업체의 영향력이 높아져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의 통제권도 과연 누가 행사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자칫 한 거대자본가에 의해 인간의 자율적인 결정권이 송두리째 빼앗기는 현실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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