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골 정상회담 표정.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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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까운 듯 하면서도 멀었던 나라, 몽골. 그러나 이제 얼굴 생김새 만큼이나 가깝게 지낼 나라가 됐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31일 몽골 나차긴 바가반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그 점을 확인했다.

金대통령은 두나라 사이의 역사.문화적 유대감을 강조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두 정상은 '새로운 차원의 상호보완적 협력관계' 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차원' 이란 표현은 상징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우리측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우선 몽골은 우리의 대북 정책을 지지했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갖고 있는 몽골의 그같은 입장표명은 북한엔 압력이다.

더불어 몽골은 가까운 시일내에 대북포용정책의 구체적 진전을 기대했다.

몽골의 일정 역할을 다짐한 셈이다.

대신 金대통령은 몽골의 민주화와 시장경제로의 전환 (92년) 을 높이 평가하고 성공을 기원했다.

더불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등 아시아 협력무대에 참여하려는 몽골의 구상을 밀어주기로 했다.

경제적으로 두나라는 가깝게 됐다.

우리는 몽골에 내년부터 3년간 한.몽골 직업훈련센터, 한.몽골 한방합작병원 건립 등 협력사업에 3백10만달러를 무상 지원한다.

통신망 현대화 사업은 유상 지원 (1천9백만달러) 할 예정이다.

또 화력발전소 건설 (1백만달러)에도 자금을 추가지원한다.

대신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으로서 우리에게 '가능성' 을 선물했다.

두 정상은 광물자원 개발분야에서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황사.산성비 등 동북아 환경분야에도 공동대처키로 했다.

◇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 = 두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종합청사내에 설치된 전통가옥 '겔' 에서 20분 가량 환담.

겔 안에는 칭기즈칸의 좌상 (坐像) 이 놓여 있고 화로가 설치돼 있는 등 몽골정부가 귀빈방문때 풍습 소개를 위해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겔을 보고난 뒤 "매우 아름답다" 고 소감을 피력. 두 정상은 1시간15분에 걸쳐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양국간 형사사법공조조약.범죄인 인도조약.체육교류약정 서명식을 지켜봤다.

이어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金대통령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이곳에서 할 용의가 있느냐" 는 몽골 여기자의 질문에 "북한이 원하면 울란바토르든, 어디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 이라고 대답.

◇ 공식 환영식 = 이에 앞서 이날 오전 金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앞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 바가반디 대통령의 안내로 의장대를 사열. 몽골 전통의상인 '이전보크' 를 입은 의장대장은 몽골어로 "존경하는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의장대가 도열했다" 고 보고.

金대통령은 "의장대 여러분 반갑습니다" 라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의장대원들은 몽골어로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라고 큰소리로 화답. 원래 말을 안하는 다른 나라 의장대와는 다른 모습을 연출.

◇ 총리 접견 = 金대통령은 오후 숙소인 칭기즈칸 호텔에서 나란차츠랄트 몽골총리를 접견하고 우리 업체들이 몽골에 보다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

이에 나란차츠랄트 총리는 한국기업의 몽골진출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두나라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을 역설.

◇ 국회연설.만찬 = 金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에서 곤치그도르지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몽골국회인 국가최고회의에서 연설.

金대통령은 "1218년 칭기즈칸시대엔 '두 나라가 영원히 형제가 돼 자손만대로 오늘을 잊지말도록 하자' 는 우호적 선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고 강조.

金대통령은 "몽골 속담에 친구가 좋은지는 사귀어 보면 알 수 있고, 좋은 말은 타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며 "양국 수교 10년은 이미 좋은 친구임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 강조.

◇ 옷로비사건에 촉각 = 이 사건으로 金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재대로 언론에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수행원들은 걱정과 불안해 하는 표정. 金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서울로부터 자세한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의사나 감정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수행원은 "金대통령은 내심 굉장히 불쾌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언급이 없어 우리는 눈치만 살필뿐" 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 김태정 장관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金대통령이 결정을 하지 않고 숙고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며 "귀국후 종합보고를 받은 뒤 최종 결심을 하게 될것 같다" 고 전망.

울란바토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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