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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의 무릎 사랑 <상> 반월상 연골판 봉합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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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3년 전 산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졌던 김영숙(54)씨. 당시 손상된 연골판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별 탈없이 지냈다. 하지만 얼마 전 수술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진단 결과 김씨는 연골재생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연골 손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갑자기 늘어버린 체중에다 수술한 부위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연골판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2030 잘 안 다치지만 한 번 다치면 ‘중상’

젊다는 것은 인체 장기가 모두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 완화장치인 반월상 연골판 역시 젊다. 20∼30대는 반월상 연골판이 질겨 일상생활에선 쉽게 닳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축구나 농구·스키 등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순간적인 강한 충격으로 찢어지고, 파열 부위 또한 크다.

반면 40∼50대 중년(특히 여성)의 반월상 연골판은 쪼그려 앉거나 오래 서 있는 등 일상 동작으로도 손상이 온다. 조직이 탄력을 잃고 강도가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자극이 원인이기 때문에 파열 양상이 크지 않다는 것이 특징.

중년의 반월상 연골판 손상은 주로 안쪽 반월상 연골판 후각부(뒷부분)에 온다. 하중이 이 부위에 집중되기 때문. 특히 좌식 생활이 많고, 안짱다리인 경우 후각부 손상이 심하다. 이렇게 체중의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판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통증이 오고, 퇴행성 관절염이 빠르게 진행한다.

젊은 층의 관절 손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에서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은 5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반월상 연골판 파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 350명 중 20~30대가 30%, 40~50대가 50%로 나타났다.

절제술 받으면 무릎 충격 완화 효과 떨어져

반월상 연골판의 치료 원칙은 연골판의 기능 보존이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관절 내시경으로 찢어진 연골판을 조기에 봉합하거나, 더 이상의 파열을 막기 위해 절제를 하는 방식이다.

젊은 층은 파열 부위가 크기 때문에 봉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절제를 하는데 잘라내는 부위가 클 경우 이로 인해 통증이 지속되며,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찾아온다. 중년층 역시 반월상 후각부의 봉합이 어려워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반월상 연골판을 봉합하지 않고 절제를 하면 체중 분산은 물론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해 연골판이 빨리 망가진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라는 말처럼 보호막이 손상되니 통증이 오고,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찾아오는 것이다. 반월상 연골판을 25∼30% 절제해도 연골이 받는 하중은 정상보다 3.5배 이상 증가한다.

연세사랑병원이 연골판 수술을 받은 40∼50대 환자 100명을 절제술과 봉합술로 나눠 2년 뒤 연골 손상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절제술을 받은 사람의 연골 손상 비율은 30%(50명 중 15명)인 데 비해 봉합술을 받은 사람은 6%(5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가능하면 반월상 연골판은 절제보다 봉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과거엔 수술이 까다로운 반월상 연골판 후각부 파열도 봉합이 가능해졌다.

수술 뒤엔 정기검진으로 상태 확인해야

시술을 받은 뒤 통증이 찾아오면 연골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또 수술 후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 검진을 통해 연골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연골판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X선 촬영만으로도 관절염 진행에 의한 무릎 위·아래 뼈의 간격이 줄어드는 것을 계산할 수 있고, 무릎의 근육량과 근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절제 부위가 큰 경우에는 반월상 연골판 동종이식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연골 손상이 동반된 경우엔 연골 이식을 할 수 있다. 또 약물이나 연골 윤활주사로 무릎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연골판을 모두 절제했을 때는 꾸준한 운동과 체중 조절로 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역시 추후 정기 검진으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약물 등으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의 연골판을 이식하는 방법도 권장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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