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민 전체의 눈으로 판단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2호 35면

2006년 10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꿈꾸며 유럽으로 정책탐사를 떠났다. 처음 도착한 곳은 스위스의 국제도시 제네바였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을 방문해 에이머 (R. Aymer) 소장으로부터 우주의 탄생과 자연의 근본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빠듯한 여행 일정과 시차를 이기지 못해 수행원들이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있던 반면, 이 대통령은 이를 경청하며 옆에 앉아있던 주변의 학자들에게 구체적인 과학 질문을 던지곤 하였다. 현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대표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잉태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원천기술과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창조적 지식 기반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두뇌와 연구시설을 갖추고, 문화예술 환경이 어우러진 창조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미래지식기반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강국 실현 전략이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그리고 미래지향적 국제도시 건설을 연계한 전 세계에 유례 없는 독창적 계획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해 석학과 인재를 모으고, 그들과 함께 우리 젊은이들이 연구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꿈을 이루게 하는 곳이다.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해 새로운 원소의 발견, 원소 기원의 연구, 신물질 개발, 암 치료 연구, 방사능폐기물 처리,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엔 정부 부처 안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이 설치됐고, 2008년 한 해 동안 인수위 안의 검토와 기획에 공을 들였다. 올 1월에는 정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2월에는 국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계획대로라면 이 법안은 이미 6월에 통과돼 특별법이 제정되고 입지 선정까지 됐어야 한다. 하지만 여야 다툼으로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최근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를 세종시에 선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스위스 제네바, 일본 쓰쿠바 등과 같이 인구 수십만 명의 거점도시 건설을 기반으로 한다. 기초과학, 중이온가속기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융합한 녹색 국제도시 건설 계획이다.

이 벨트의 목적은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미래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전략이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에 얽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된다. 이 법안은 세종시 문제나 여타 지역적인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국민 전체의 눈으로 판단돼야 한다. 정치권이나 해당 지자체에서 논의되는 지역 선정, 세종시와의 문제 등에 휩싸여서는 안된다. 이 특별법은 기초과학진흥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법안이므로 정치적 논리와 분리시켜 논의해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들은 어떤 선택이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합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구나 지역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의를 계속한다면 국가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7월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전문위원회가 열렸다. 전문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추진지원단이 조속히 추진본부로 격상돼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들에 의해 사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회는 특별법 통과를, 정부는 추진 주체 구성을 조속히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