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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제주에 카지노 단지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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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3월 건설교통부와 제주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를 무비자, 무관세, 대단위 (전자) 공업단지에 의한 물류기지, 국제적 금융센터, 메가리조트와 오픈 카지노 단위로 위상정립을 꾀한다는 제주국제자유도시화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건설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홍콩.싱가포르가 이미 세계적 물류기지와 금융시장이 된 것은 거대한 중국시장, 뉴질랜드 같은 아세안 시장과 화교 금융권이란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이 도시들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는 데는 약 1백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들을 제압할 만한 유리한 조건 (금융.물류.경제적 배경 등) 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안의 핵심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메가리조트 건설이다.

내국인을 상대로 도박사업을 하겠다는 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수조원의 재원을 조달해 만드는 '세계적 명소' 는 내용물이 생명이다.

카지노는 뉴밀레니엄의 미래사업으로는 가당치 않다.

제주 메가리조트는 장기적인 철학과 비전이 없어 보이므로 이 사업을 펼쳐서는 안된다.

만약 한국인의 카지노 출입으로 장사가 된다고 치자. 그러면 필연코 건달.고리대금업자.여자.마약 등 범죄소굴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장사가 된다고 무턱대고 외자를 끌어들여 만든 뒤 나타나는 이 같은 사회적 범죄 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모나코의 그랜드 카지노 등은 이미 인터넷 가상도박의 성행으로 사양산업화하고 있다.

국내 카지노 13개 업소 중 9개소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한국 카지노 이용객의 70%는 일본인 관광객인데 일본에서 오키나와 (沖繩) 특별법이 제정돼 일본인 내국인의 출입이 허용되면 국내업계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폐광지역과 인천 국제공항 배후도시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제주도마저 그렇게 하면 국가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얼마든지 건전한 방법으로 고품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국제자유도시' 는 세계인을 상대로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세계적인 아이디어.새로운 질서와 문화 (법률.행정의 독립과 창조의 자유보장 등)가 필요하다.

뭐니뭐니해도 제주도의 탁월한 매력은 리조트다.

이는 21세기 신인류의 기호에 맞는 상품이므로 제주의 새 패러다임을 ▶자연▶생명 (건강) ▶문화예술의 가치사슬로 엮어야 한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하기에 적합한 1급 원시생태보존지역으로서 철두철미하게 공해가 없는 청정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좋은 자연환경이야말로 최상의 관광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는 아직도 태고적 신비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천연공기, 푸른 초원, 수천㎞에 이르는 동굴과 원시암반수, 약성이 탁월한 1천7백여종의 약초, 약재와 미용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억t의 약돌, 수억년에 걸쳐 양쯔 (揚子) 강의 민물과 해수가 만들어 놓은 해저보고 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를 치유의 환희 (healing joy) 와 같은 최첨단 의료시설과 리조트가 동거하는 격조 높은 종합보양자유도시로 탄생시키는 것이 홍콩.싱가포르.하와이와 차별화하고 외자유치도 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손대현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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