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내각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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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집권 15개월만에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해 스스로 말하는 '행정내각' 을 출범시켰다.

그동안 보였던 적지 않은 부처의 국정운영 난맥상에 비춰 전면개각이 다소 늦은 감은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의 2기 내각이 정치인 중심의 1기 때와는 달리 전문가.행정가 중심의 실무형 인사들로 출범한 것은 좀 더 중후하고 참신한 내각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라고 하겠다.

특히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부의 지분약속에 묶여 편가르기 식으로 이루어졌던 인사 폐단을 이번에 되풀이하지 않은 점은 평가할 대목이다.

또 외교안보와 경제분야에서 청와대 핵심실세인 두 수석비서관을 내각에 배치한 것은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정책집행의 현장에서 살리면서 기존 정책을 더 강력히 안정적으로 추진토록 배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내각이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받는 수석비서관들의 간여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는 그간의 뒷공론도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인사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부 문책대상의 인사가 이번에 오히려 영전됐거나 논공행상 성격의 인사가 있는 것도 부인못할 일이라고 본다.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천용택 (千容宅) 전 국방장관이나 법무장관에 임명된 김태정 (金泰政) 전 검찰총장은 각기 재임시 간첩선과 미사일오발사건, 초유의 검사 연판장사건 등과 관련해 당시 문책돼야 한다는 정권 안팎의 여론이 비등했었다.

특히 金장관의 경우 물의가 야기됐을 당시 정부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훼손할 수 없어 경질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에 총장임기가 아직 두달 이상 남았는데도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환경장관의 경우 여성 및 지역안배를 배려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행정경험 및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차관인사때 보완이 절실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문성과 행정능력이 중시된 이번 2기 내각이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대로 '국정개혁의 내실을 다지는 행정내각' 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새 내각에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새 내각은 유관부서끼리도 업무협조가 제대로 안돼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초래했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따라서 국정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팀워크를 강화하는 국정운영시스템으로 업무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혁의 목표 설정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겠지만 그 추진에 현실적 적합성을 잘 헤아려 혼란을 야기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새 내각은 내년 총선거를 의식, 정치논리로 선심성 정책을 추진.집행하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IMF체제의 극복을 위한 경기회복세 확산과 경제구조조정의 완결이 최대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면에선 기존의 틀에서 별 변화가 없다고도 볼 수 있으나 대북포용정책의 기획자이자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의 전면등장으로 대북 (對北) 유화쪽에 너무 무게가 실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교안보정책의 균형을 살리는 안보관계장관회의의 사정조정이 한층 절실해진다.

우리는 현 정부 2기 내각이 이런 과제와 우려를 잘 헤아려 개혁의 내실을 다지고 바로잡는 능력있는 실무내각으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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