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국정원장 왜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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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종찬 (李鍾贊)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권 복귀는 국민회의의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그의 복귀는 내년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한 것을 의미하며 김대중 대통령의 정국운영 구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李원장은 지난주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이 의사타진을 했을 때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물론 남북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임무' 를 마무리짓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으로서는 정치를 계속할 인물이 국정원장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부담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이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중량감 있는 중진을 지역구에 전진 배치해 파급효과를 높이려는 구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金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李원장은 이미 4선을 한 서울 종로로 갈 가능성이 크다.

종로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가 PK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정면돌파를 외치며 지역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공석이 돼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지역구 선거라는 정치적 통과의례를 거칠 필요가 있다.

전국구로 원내에 진출할 경우에는 국정원장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남게 되는데 차기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李원장의 전례는 金대통령의 내년 총선 구상을 일부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의 경북 울진 - 영덕과 부산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李원장이 당으로 복귀하더라도 당장 당직을 맡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은 "적절한 기회에 능력에 따라 이들을 대우하게 될 것이나 전당대회 전 당직개편은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못박았다.

야당 시절 각각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의 박상천.이해찬의원 등과 함께 '복귀파 그룹' 을 형성할 李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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