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강봉균 경제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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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규성 (李揆成) 장관이 끌어온 1기 경제팀이 환란 (換亂) 의 급한 불을 끈 '위기관리팀' 이었다면 강봉균 (康奉均) 장관이 수장을 맡은 2기 경제팀은 '마무리팀' 의 성격을 갖는다.

부도와 실업사태로 요약되는 위기국면은 그런대로 벗어난 만큼 이제 그동안 펼쳐놓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재도약에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2기팀 구성원의 가장 큰 인적 특징은 호남출신에 옛 경제기획원, 그것도 기획라인이 핵심요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康재경부장관.진념 기획예산처장관과 청와대경제수석으로 내정된 이기호 (李起鎬) 전 노동부장관이 모두 호남에 기획원 기획국 출신이다.

이들은 성향면에서도 관료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개혁마인드가 강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강성으로 분류되기는 이번에 유임된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전윤철 (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재계나 증시에서는 자못 긴장하는 반응도 보인다.

2기팀의 최우선 과제는 구조조정의 성패를 걸고 추진 중인 재벌개혁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康장관 자신부터 취임 일성으로 "4대 부문의 구조개혁, 특히 재벌개혁의 차질 없는 추진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 고 강조하고 있다.

康장관팀의 과제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재벌개혁과 경기회복 지속을 병행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5대 그룹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재벌개혁은 너무 심하게 몰아칠 경우 투자와 고용 등을 위축시켜 겨우 살아난 경기회복세를 다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안고 있다.

불 붙은 증시열풍과 1년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선거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경제팀의 운신 폭도 그리 넓지 않다.

따라서 2기 경제팀의 개혁강도와 능력은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과 부채비율 2백% 이내 축소 등 두 가지 현안을 요리하는 솜씨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특히 연말이 시한인 부채비율 축소를 얼마나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 경제팀 컬러에 대해서는 '일관성' 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팀워크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아직도 밥그릇 수를 따지는 관가 풍토에서 康장관이 고시 선배 (진념장관) 와 동기 (이헌재위원장) 등을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진념장관은 옛 기획원 기획차관보 시절 康장관과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이기호 전 장관을 기획국 국장.과장으로 거느리고 일했던 사이다.

재경부가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예산.금융 등 정책수단을 잃어버렸다는 점도 康장관이 풀어야 할 매듭으로 꼽힌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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