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지도자 한 사람이 조직을 얼마나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가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최근에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를 휩쓰는 ‘파리아스 매직’이 또 다른 전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무엇이 다르기에=백패스를 없애는 게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파리아스는 부임하자마자 “공격의 흐름을 끊는 백패스는 하지 말라”며 공격 축구를 외쳤다. 하지만 파리아스가 포항에서 백패스를 없애는 데 무려 3년이 걸렸다. 파리아스는 지금도 틈만 나면 백패스를 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간단한 원칙일수록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포항에서 3년간 파리아스를 모셨던 김성수(울산 현대) 골키퍼 코치는 “코치들에게 영덕대게 60만원어치씩을 돌릴 정도로 자상하고 통 큰 면이 있다. 반면 훈련에 지각한 외국인 선수에게 벌금 2000만원을 매길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데는 엄격하다”고 전했다.
파리아스는 상대를 철저히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전술을 펼친다. 포항 선수들은 “감독님의 전술 변화나 선수 교체가 적중해 경기를 뒤집은 적이 많다. 귀신 같은 용병술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한다.
◆경영을 아는 사령탑=패배자는 늘 불평만 한다. 파리아스는 반대다. 그는 지난 시즌 “공격수 에닝요(전북)를 영입해 달라. 선수단이 비행기 대신 KTX를 타고, 등급이 떨어지는 호텔에서 묵어도 좋다”고 구단에 제안했다. 김태만 포항 사장은 “재정 형편 때문에 선수 영입은 못하고 선수단 경비만 줄였다. 그래도 파리아스는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준다”며 고마워했다. 김 사장은 “감독 승용차를 그랜저에서 오피러스로 바꿔준다고 해도 사장과 동급 차량을 탈 수 없다고 버티는 사람”이라며 “동양적인 정서를 지닌 파리아스 감독을 포항 시민도 좋아한다. 시에서 명예시민증을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포항 구단은 경기를 빠르고 공격적으로 진행하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불필요한 항의를 하지 않는 ‘스틸러스 웨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파리아스는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프로의 모습”이라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스틸러스 웨이 덕에 포항은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파리아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감독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대표팀을 맡겠다는 의미다. 피스컵에서 포항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황선홍 부산 감독은 “사실 그라운드에 ‘매직’은 없지만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파리아스만 한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