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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악호 금강산행 중단…北 '화물선 충돌사건' 불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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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17일 동해항을 떠나려던 현대 풍악호 (2만1백t급) 의 운항 중단을 현대측에 요구, 관광객 5백10명의 발이 묶였다.

현대는 즉각적 입항이 보장되지 않으면 5월분 관광 대가 (2천5백만달러) 송금을 중지하겠다는 입장을 북한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측에 전달하는 등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써 금강산 관광 사업은 지난해 11월 18일 첫 출항 이후 꼭 6개월 만에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통일부 황하수 (黃河守) 교류협력국장은 "북한이 15일 구두통보에 이어 16일 현대에 전문 (電文) 을 보내 '별도 입항허가 때까지 풍악호 운항을 중단할 것' 을 알려왔다" 고 밝혔다.

북측은 "이번 조치는 상선 (商船) 충돌사고와도 관계가 있다" 며 지난 3월 31일 인도양에서 있은 현대 듀크호와 북한 만폭호 충돌사건 (북한 선원 37명 사망)에 대한 현대측의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 운항중단 = 통일부는 "지난 14일 처녀 출항에 나선 풍악호가 예정보다 13시간 늦게 장전항에 도착한 15일 오후 북한 당국은 '풍악호 입항은 이번 한 차례만 허용하겠다' 고 알려왔다" 고 전했다.

현대측은 17일 밤늦게까지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열린 긴급협상에서 "선박충돌과 관광선 추가운항은 연계될 수 없는 문제" 라고 주장했으나 북측 협상단은 "상부 지시라 어쩔 수 없다" 고 맞서 출항이 무산됐다.

현대측은 풍악호 운항중단과 관련, "금강산 관광 합의 때 관광선 척수에 대한 어떤 제한도 없었다" 며 "풍악호 입항거부는 명백한 계약위반" 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측은 지금까지 금강호와 봉래호를 금강산 관광에 투입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선박 충돌사고가 입항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 수 있다" 며 북측이 풍악호 운항에 따른 대가 등을 더 얻어내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일부는 풍악호 출항중단에도 불구하고 금강.봉래호는 예정대로 운항될 것이라면서도 사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파장.문제점 = 첫 출항 때의 입항거부 소동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풍악호 운항을 시도했다.

15일 북한측 거부의사를 통보받고도 이틀이나 지난 17일 오전에야 이를 통일부에 알렸다.

이미 5백여명의 관광객이 동해항에 모여들기 시작한 뒤다.

그러나 현대는 "예정대로 출항할 수 있다" 며 관광객을 배에 태운 뒤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관광객들은 선상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뒤늦게 출항중단 사실을 알게 된 관광객들은 "현대는 승객을 볼모로 북한과 협상을 벌이고, 정부는 팔짱을 낀 채 현대에 끌려다니고 있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측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출항시킬 수 없다" 며 "18일 베이징.장전항에서 현대와 북한이 협상을 계속토록 하겠다" 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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