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 관리 전문가 키운다…17일 '교육원'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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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월 광주민주화항쟁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도 관련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산만하게 흩어진 기록들 뿐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의 구술까지 모아야 합니다. "

17일 명지대에서 개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하는 한국국가기록관리학교육원의 초대원장 김기석 서울대 교수는 개원식 바로 다음 날이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일임을 상기하며, 국가기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원은 지난 1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한국국가기록관리연구원 (원장 김학준.인천대 총장) 과 명지대 (총장 송자) 의 공동 작품. 국가기록물의 생산.보존.열람공개 등 기록물 관련 전문가 교육의 필요성은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이 통과됨에 따라 본격 대두됐다.

"예상외로 2백명에 가까운 각 분야의 석.박사들이 찾아왔어요. 이 방면 전문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작용했겠지요. 워낙 자질이 훌륭한 사람들이어서 애초 계획보다 정원을 10명 늘려 70명으로 확정했어요. 박사학위 소지자 27명은 특별반으로 따로 모았어요. "

응모자는 사학과 전공자가 가장 많고, 도서관학.법학.정치학.경영학 전공자도 있다.

또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 학위를 취득 (석사 3명, 박사1명) 도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대학도서관.정신문화연구원.규장각.국사편찬위 등의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고 김교수는 강조한다.

특별반의 27명은 멀지않아 '한국국가기록관리학회 (가칭)' 창립의 주역으로 키울 생각이며, 이와 함께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기록의 국내 이관 작업을 전담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군사정권의 탄압이 극심했던 시절,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기록을 국내에 보존하기는 힘들었지요. 해외에 흩어져 있는 당시의 귀중한 기록들 상당부분의 소재 확인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를테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농성 당시 성명서라든가 김대중 대통령의 각종 성명서 등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들이 미국의 교회와 인권단체 등에서 많이 발견됐다는 것. 교육원은 2학기 1년 과정으로 인터넷 원격 강의와 출석강의를 병행, 실습과 특강.세미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출석강의는 교학부 사무실이 있는 명지대에서 야간강의로 진행된다.

졸업생들은 정부기록보존소를 비롯해 내년부터 국회와 법원 및 16개 광역자치단체에 설립될 기록물관리기관에 전문요원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강의는 김현희 (명지대 문헌정보학과).백인호 (서강대 사학과).정긍식 (서울대 법학과).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관련 학과 13명의 겸임교수와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 이원순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 김성복 (뉴욕주립대). 방선주 (한림대 객원). 차하순 (한림대 명예) 교수 등 8명의 초빙 교수가 맡는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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