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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가계부] 4. 할인쿠폰 알뜰살림 파수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주부 안애경 (35.서울구로구신도림동) 씨는 최근 한 놀이동산을 찾았다가 기분이 떨떠름했다. 어른 둘, 아이 둘 자유이용권 구입에 총6만4천원이 들었는데 바로 앞사람은 같은 인원에 4만8천원만 지불했던 것. '휴대폰 회사에서 보내준 쿠폰북에 할인권이 있어 함께 냈다' 는 설명이었다.

이제 쿠폰 없는 지출은 억울 (?) 한 시대가 됐다. '몇푼이나 아낀다고' 했던 것이 이제는 쿠폰을 쓰지 않으면 '바가지' 를 쓰는 격이 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쿠폰 발행 대신 전체 가격을 인하하라' 고도 하지만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에서 이에 귀 기울리 만무다.

제3의 화폐인 '쿠폰' 을 잘 다루어야 가계 관리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인쇄물' 쿠폰. 백화점.신용카드사.휴대폰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우송해 주는 쿠폰과 슈퍼마켓.할인점 전단지 쿠폰은 보는 즉시 오려둔다. 이를 지갑에 끼어두거나 작은 함을 만들어 담아두고 쇼핑 때마다 사용한다. 유통기간이 지난 것은 바로 폐기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쿠폰만 믿었다가는 얄팍한 상술에 낭패를 보기 쉽다. 주부 이영진 (29) 씨는 한 패밀리레스토랑이 발행한 '소프트 드링크 1잔 무료제공' , '어린이 스파게티 제공' 쿠폰을 가지고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한 쿠폰 밖에 쓸 수 없었다.

쿠폰에 '1인 1매에 한하며 다른 쿠폰과 함께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란 글귀를 미처 못 봤던 탓. "다시 나올 수도 없어 그냥 식사를 했는데 찜찜했다" 고 이씨는 말했다.

실제 대부분 음식점 쿠폰에는 '본 티켓은 반드시 주문 전에 제시해 주시고 샐러드바 이상 주문 고객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쿠폰과 같은 쿠폰 또는 다른 쿠폰과 함께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등의 단서를 달고 있다. 쿠폰을 쓰기 전에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한다.

놀이동산도 마찬가지. 서울랜드.광주패밀리랜드.통도환타지아.꿈돌이동산 등 대부분 놀이동산이 발행하는 할인권은 '자유이용권' 할인권. 따라서 입장권만 필요하다면 구태여 할인권이 필요없다.

할인권의 또 하나의 보고 (寶庫) 는 통신. 인터넷 상의 '쿠폰' 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쿠폰 사이트가 뜰 정도다.

중앙일보 시티쿠폰.SBS쿠폰세상.시티넷 무료쿠폰 등에는 제법 짭짤한 쿠폰들이 많이 있다. 전국 음식점 할인쿠폰만을 모아둔 코리아푸드 등 전문 사이트도 있다.

㈜시티넷 윤준호 사장은 "1백여 개 이상의 할인권이 올라 있으므로 잘 활용하면 유용하다" 며 "단 부실하게 운영되는 사이트를 주의해야한다" 고 조언한다.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문을 닫은 음식점의 할인쿠폰을 그냥 올려놓는 사이트도 있다는 것.

PC통신에도 할인권을 다운 받을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PC통신 쿠폰업체인 하이컴 (GO Coupon) 박인관 사장은 "주부들도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연극.영화 관람 때 쿠폰방을 방문해볼 것" 을 권한다.

놀이동산이나 관람료의 할인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 문제는 통신료. 주소를 적어두고 접속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가족 중 컴퓨터를 잘 다루는 이의 도움을 받는다.

어떤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쿠폰을 쓰려고 지출하지는 않는다' 는 것. '쿠폰이 아깝다' 거나 '한번 가볼까' 하는 자세는 금물이다. 충동구매를 불러 일으킬 만한 쿠폰은 아예 받자마자 버리는 주부도 있다.

한편 경품도 푸짐해졌다. 신용카드사는 사용실적에 따라 포인트 점수를 적립해 경품을 제공하고, PCS폰 회사는 각종 전화 퀴즈 행사를 개최해 응모하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전화료 추가 부담 1만원에 5천원짜리 일회용 카메라를 받게되는' 식의 함정도 많다. 경품은 재미일 뿐 경제적 이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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