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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안전 지킵시다] 단체급식 주방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 중앙역학조사반원인 Q씨는 지난 1일 단체급식에 의한 식중독으로 2명이 숨진 경남 M예식장 구내식당을 둘러봤다.

주말이면 1천여명의 하객을 맞는 식당이지만 주방환경 등 위생시설이 일반 가정만도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

주방에서는 퀴퀴한 악취가 진동하고 먼지가 자욱했으며 가정용보다 약간 큰 냉장고 1대에 1천여명에게 제공할 음식 자재 일부를 보관하고 재료 대부분은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지난달 서울지역 도시락 제조업소 89개소를 방문해 위생상태를 점검한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 김홍태 (金洪泰) 위생감시원도 제조업소 10곳중 7곳은 비위생적으로 도시락을 제조.유통시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金씨는 "일부 업체는 유통기한이 7시간인 김밥, 10~12시간인 일반 도시락의 유통기한마저 임의로 2~3시간씩 늘리기도 했다" 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선희 (朴仙姬) 연구관은 "불편하고 좁고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조리를 하면 음식간 교차오염이 수시로 일어나게 된다" 고 말한다.

최근에는 위생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단체 급식소가 많아졌지만 이런 곳도 안심은 금물이다.

이달 초 경북 B중.고교에서 발생한 세균성 이질 환자를 현지에서 역학조사한 동국대 의대 임현술 (林鉉述) 교수는 "급식 위생시설은 최신식이었으나 끓인 뒤 식힌 물에 이질균에 오염된 열무를 넣어 만든 열무 물김치가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잠정 분석됐다" 고 말했다.

지난 1일 1백82명의 학생이 학교식당에서 돼지고기 볶음과 탕수육 등을 먹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일으킨 경북 상주시 N중.S고의 급식시설도 3개월 전에 완성된 것이어서 상당히 깨끗해 보였고 자동 세척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식수와 화장실용 수돗물이 같은 관으로 연결돼 있는데다 식수관에서 불과 5m 거리에 오물처리장이 있어 물을 통한 오염은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이 학교에 중앙역학조사반이 도착한 것은 환자가 발생한 지 나흘 후인 지난 5일. 처음에는 단순한 식중독으로 분석됐지만 3일에 환자의 분변에서 이질균이 확인돼 서둘러 역학조사에 나선 것이다.

6일에는 이 학교에서 세균성 이질환자 3백30여명이 추가 발생했는데 이들은 모두 1일부터 복통.설사 등 세균성 이질 증상을 보였으나 그동안 검사를 기피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날 설사환자에 대한 등교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 (가나다 순)

금보연 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관. 김창민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미생물과장. 김홍태 식품의약품안전청 위생감시원. 박경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미생물과 연구관. 신영출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유통과장. 임현술 동국대 의대 교수.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 이종구 보건복지부 방역과장. 천병렬 경북대 의대 교수. 최보율 한양대 의대 교수. 허영주 보건복지부 방역과 사무

◇ 특별취재팀 = ▶팀장 이규진 부국장 ▶김우석 차장,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정제원 기자 (제보전화 : 02 - 751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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