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저당채권 나와도 금리높아 집값 큰 영향 없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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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다음달 주택저당채권 (MBS) 중개기관인 주택저당채권 유동화회사 출범과 함께 연말께 MBS시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주택자금이 넘쳐나 대출금으로 집 사는 사람이 많아져 집값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채권 유동화회사가 생기게 되면 주택의 저당권 (담보권) 을 채권이나 증권형태로 만들어 주택자금을 조성하게 된다.

주택자금이 많으면 돈 빌리기가 쉬워 주택값의 20~30%만 있어도 얼마든지 집을 살 수 있다는 게 건설교통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출금리.소득대비 집값 비율 등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의 파급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고 대출금리가 높아 이자.원금 상환능력을 생각하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다.

◇ 대출이자 = 금융기관들이 예상하고 있는 금리는 연리 11~12%.건교부는 10%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채권 유통과정 등을 감안하면 이 수준 이하로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권을 쉽게 매각하기 위해 수익률을 일반 우량 회사채 (7~8%) 보다 높여야 하고 여기에다 중개기관의 이윤.비용 등을 포함하면 대출금리는 11%이상 된다는 것이다.

물론 유동화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처리할 경우 이보다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금리하락으로 대부분의 주택대출 상품 이자가 10~11%로 내렸고 일부에선 한자리 상품까지 나와 저당채권의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적정한 주택비용 = 월 주택비용은 소득의 30% 이상이면 부담이 된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박사는 "우리의 경우 소득대비 주택값이 비싸 대출금이 많으면 생활을 꾸려가기 힘들다" 면서 "선진국의 경우 주택값이 싸고 대출 이자도 7%내외로 부담이 적어 주택값의 70~80%를 대출받더라도 월 주택비용은 소득의 20~30%밖에 안된다" 고 설명했다.

尹박사는 분당.일산권의 1억5천만원하는 3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집값의 67%인 1억원을 20년 만기, 금리 연 11% 조건으로 대출받게 되면 원금.이자 등을 포함한 주택비용이 매달 1백3만원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 월세 시장 = MBS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시장이 없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출을 받을 경우 집값의 40~60%수준인 전세금의 일부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주인도 대출금으로 집을 사 월세놓는 쪽을 더 선호할 소지가 많아 전세시장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주택자금을 대출금으로 충당한 경우도 매달 이자.원금 등을 갚아야 해 월세나 마찬가지.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면 월세도 내려가 임대수익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임대사업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돈이 빠져나가 월세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월세를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분간은 지금대로 전세시장이 존속되면서 서서히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는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 집값 영향은 = 수요가 많으면 당연히 집값이 뛰게 마련이다. 특히 자금이 풍부하면 집 사기가 쉬워져 주택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세수요가 대거 매입수요로 나서게 되면 전세값이 떨어져 되레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해 IMF체제에서 전셋값 폭락이 집값하락을 몰고 온 예가 이를 말해준다.

단기적으로는 거래활기로 집값이 다소 올라가고 그 시기가 지나면 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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