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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도 건강보험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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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재소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외부 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재소자(저소득층 제외)의 경우 전액 자비로 치료받는데 이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5만7000여명에 달하는 재소자들에게 건보가 적용되면 치료비 부담이 줄고 의료 서비스의 질도 좋아지게 된다.

재소자 건보 적용 문제는 20여년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정부는 국민 정서.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계속 미뤄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이번에 구체화하는 것으로 이 방안이 시행되면 재소자 인권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사람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는 건강보험법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건강보험법을 바꿔 이르면 2005년 하반기에 시행키로 했다.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재소자들은 보험료도 안내고 따라서 보험 혜택도 못 본다. 감기 등 간단한 병은 교도소.구치소 내 의무실에서 치료받고 약을 타 먹는다. 현재 48개 시설에 수용된 5만7336명의 재소자를 전담하는 의사는 143명에 불과하다. 의료 인력도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해 수술이나 정밀 진단이 필요한 환자는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는다. 이 경우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정부 예산에서 치료비를 부담하지만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신청하면 전액 환자가 내야 한다. 지난해 1만3624명이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았고 진료비 23억원은 정부가, 14억원은 환자가 부담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큰 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진료비 부담 때문에 외부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건보, 어떻게 적용하나=정부는 기결수나 미결수 구분없이 건보를 적용하는 쪽으로 검토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미결수(2만1004명)부터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보험료를 재소자에게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들이 소득이 없는 점을 감안해 물리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재정이 부담할 진료비는 정부 예산에서 부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건보가 적용되기 시작한 병(兵).의경 등의 경우 진료할 때 건보를 우선 적용하고 비용은 국방부와 건보공단이 사후 정산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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