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전선 '봄바람'…3월중 2,572개사 6년만에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학 3학년 휴학생인 姜희승 (23) 씨는 지난 2월 서울서초동 창업지원센터에 '웹티즌' 이라는 벤처기업을 세우자마자 '무서운 아이' 로 떠올랐다.

그의 사업 아이템인 한글인터넷 주소와 한글 웹브라우저의 장래성을 높이 사 벌써부터 데이콤.한글과컴퓨터 등 유명회사들이 지분 참여의 손길을 뻗쳐오고 있는 것.

姜씨는 지난해 10월 창업아이템 우수상 (정보통신부) 을 받고 창업지원금 3천만원을 탄 것에 힘을 얻어 휴학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학과) 하는 모험을 단행했는데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 7일 정보통신부 주최 '벤처창업 경진대회' 설명회가 열린 서울 한양대 박물관 세미나실. 이곳에는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의 창업 성공담을 듣기 위해 3백여명의 대학생이 몰려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창업열기가 올들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가 다소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외환위기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실업자와 '예비실업자' 신세를 면하려는 대학생.주부들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중 창업 (7대도시 신설법인 2천5백72개) 이 지난 93년 창업통계를 산출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의 '새로운 피' 수혈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 (월 1천6백6개) 는 물론 97년 수준을 웃도는 것이다.

부도법인수 대비 신설법인의 규모도 지난해 평균 2.6배에서 지난 3월 10.1배로 뛰었다.

중소기업청 강시우 동향분석과장은 "적은 자본과 기술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정보통신 등 서비스업과 경기부양의 여파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건설분야의 창업이 두드러졌다" 고 밝혔다.

대학생 동아리나 연구소가 벤처창업을 주도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이 연구소를 그만두지 않고 휴직상태에서 창업할 수 있는 '연구원 창업제도' 를 시행하는 등 창업을 적극 북돋운 데 힘입어 수백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효차 상무는 "올들어 창업이 활기를 띠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좋게 보는 증거" 라며 "하지만 실업자 양산에 따른 생계형 창업이 많고 정부 지원책에 일시적으로 부추겨진 측면도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