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민씨 "나는 작가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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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광우병 편' 번역작가였던 정지민(27)씨는 자신이 쓴 책『주(柱), 부제-나는 사실을 존중한다』를 통해 직접적으로 '작가'라는 위치에 대해 진솔된 입장을 털어놨다.

정씨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책의 서문에 적합한 발언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가 아니다"라며 운을 띄운 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내가 평소에 많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작가로 인정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것은 상당히 과분하고 부적절한 명칭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08년의 PD수첩 광우병 왜곡보도 사건을 통해 내가 새로이 인식하게 된 다른 부류의 작가들을 생각하면 내게는 상당히 모욕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2008년 여름 이후로 나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종종 존칭 삼아 나를 그렇게 불러왔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PD수첩 사건에 있어 내가 한 역할에 대한 일종의 오해와도 얽혀 있다"면서 "나는 제작진의 일원이 아니며, MBC의 직원도 아니다. 나는 2008년 4월 말, 번역 단계에서 상당부분의 미국 취재자료의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감수 단계에서는 방송에 들어갈 미국 취재자료의 부분들은 어떤 것들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자막도, 해설도, 대강의 구성, 짜임새도 본 적이 없었다. 제작진도 인정하다시피 그 어떤 제작 회의 내용을 들은 일도 없고, 심지어 보조 작가를 제외하고는 얼굴조차 몰랐다"면서 "PD수첩 게시판에 항의 글을 처음 올렸던 2008년 6월 25일까지 나는 불가피한 사정들로 인해 4월 29일의 방송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며, 직접 완성된 방송을 본 것은 그로부터 사흘 후인 6월 28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내게 작가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나를 방송제작에 가담했던 사람, 즉 내부 고발자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령 내가 등장한 후 7월의 국회 청문회에 PD수첩 제작진을 증인으로 소환하고 나를 참고인으로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한 분들 역시 나를 작가라고 부르면서 제작 당시 어떤 회의가 있었고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어떻게 내용 왜곡을 하게 되었는지 그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론 예의상 그런 것은 전혀 모른다는 답만 하고 넘어갔지만, 이 질문에 내심 섭섭했다. 내가 그런 것을 4월부터 보고 알고 있었다면 6월 말까지 잠잠히 있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물론 그들로서는 꼭 확인해보고 싶은 부분이었겠지만, 내가 방송을 늦게 봤다는 사실은 이미 다 보도되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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