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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 수지공원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입력

장롱, 신발장 속에 묻혀있던 옷가지며 구두, 운동화가 좌판에 깔렸다. 손때 묻은 장난감과 동화책에 아이들의 눈길이 쏠린다. 그릇, 액세서리는 새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수지나눔장터가 지난 5일 풍덕천2동 수지공원에서 열렸다. 왁자지껄하고 흥겹기가 딱 시골 장날 풍경이다.


오전 9시
개장까진 한 시간 남았지만 행사장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여서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비록 반짝 장사지만 이왕 하는 것 재밌고 본때 있게 해볼 생각으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신분증을 맡기고 지정된 부스에 저마다 좌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첫째 또는 셋째 토요일 열리는 이 장터를 오가는 사람은 줄잡아 하루 3000여 명. 좌판은 평균 250개 쯤 된다. 오후 3시면 파장인 까닭에 너도나도 부지런을 떤다. 이날은 특히 하반기 첫 개장일이어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부스를 신청하기 위해 줄을 선 임주옥(42·수지구 죽전동)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거 제가 찜했어요.” 다른 사람이 팔러 나온 가방이 마음에 들어 미리 점찍어 놓은 것이다. 임씨는 “괜찮은 물건은 경쟁이 치열해 이렇게 미리 흥정을 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오전 10시
본격적으로 장터가 열렸다. 이런 데서 살 것이 뭐있겠나 싶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운 때’만잘 맞으면 쏠쏠한 실속을 챙길 수도 있다. 장이 설 때마다 이용한다는 이수정(35·수지구 풍덕천동)씨는 “꼼꼼히 살펴보면 유명 브랜드도 눈에 띈다”며 “대부분 3000~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지나눔장터엔 가격제한이 엄격하다. 행사를 주관하는 용인YMCA 수지녹색가게 회장 유청자(61)씨는 “물건을 서로 나눠쓰자는 취지의 행사인 만큼, 1만원 이상으로는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값이 싸다보니 인기가게는 금방 문을 닫는다. 김미나(27·분당구 서현동)씨는 장터가 열린 지 1시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김씨가 내놓은 물건은 액세서리와 옷으로 가격이 개당 500~1000원. 좌판에 깔리기가 무섭게 금세 동이 났다. 김씨는 “평소 충동구매를 많이하는 편”이라며 “결국 안 쓰게 되는 물건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이렇게 팔아보니 재미도 있고 수입도 제법 짭짤한편”이라며 웃었다.

장터를 창업 시험무대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신예희(43·수지구 상현동)씨는 예전에 배운 비즈공예 솜씨를 발휘해 만든 액세서리를 들고 나왔다. 신씨는 “액세서리로 창업을 준비 중”이라며 “내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작년부터 꾸준히 장터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12시
몇몇 가게의 주인이 갈렸다. 손님의 연령층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전엔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후가 되자 학교를 마친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예 판매자로 나선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새림(9·수지구 풍덕천동)양은 아끼던 학용품과 장난감을 늘어놓고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양은 “지난 장터에서 벌었던 1만5000원을 용돈으로 썼다”며 “이번엔 장사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의 어머니 노원희(41)씨는 “아이에게 좋은 경제교육이 될 것 같아 지난 장터부터 함께 나온다”고 말했다.

오후 2시
폐장 을 1시간 남기자‘하루 장사꾼’들의 움직임이 갈린다. 매진한 좌판상들은 느긋하게 자리를 정리하는 반면, 물건이 한참 남은 쪽은 마음이 바빠졌다. “떨이요. 떨이!” 장터 곳곳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Tip 수지나눔장터 이용 안내
▶2009년 하반기 개장일= 9월 19일, 10월 3·17일, 11월 7·21일. 1·2·3·8·12월은 야외 장터를 열기에는 날씨가 적합하지 않아 개장하지 않는다.
▶판매자= 천막만 지원되기 때문에 물건을 놓을 돗자리를 준비하는 게 필수. 또한 부대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아 식사는 따로 준비해 가야 한다. 판매하고 남은 물건을 YMCA에 기증하면 불우이웃을 위해 쓰인다.
▶구입자= 장터의 특성상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하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구입하는 건 금물.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작동이 잘 되는지 테스트를 해보는 게 좋다. 판매자의 연락처를 받아두는 것도 지혜다.

문의= 031-264-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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