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해외순회 앞두고 문화재 포장 솜씨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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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미인 (?) 들의 나들이 치장은 요란한 법일까. 한국의 미 (美) 를 대표하는 국보급 문화재들의 장기 해외 나들이를 앞두고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들을 포장하는 전 과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해외 나들이에 나서는 문화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품인 신라 금동반가사유상 (국보 83호) 과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국보 81호) 등 3백25점. 이들은 내달 3일부터 2000년 7월9일까지 장장 1년여 동안 유럽에서 열리는 '한국 고대왕국들 - 무속, 불교, 유교' 순회전에 출품돼 한국의 미를 한껏 뽐내게 된다.

순회전은 한국의 문화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독일과 스위스를 무대로 열리며, 한.독 우호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경비를 독일의 유명한 루어문화재단이 부담하기로 했다.

루어문화재단은 한국인 책임연구원 이정희 (李靜姬) 박사와 독일인 포장전문가 2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워낙 귀중한 문화재인 만큼 운송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문화재를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은 8천만원이 넘으며, 무려 1억5천만 달러짜리 보험에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로 운송은 무반동 특수차량이 동원되며 해외로 나갈 땐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다.

당초 포장과정에서 '훈수' 를 두려고 방한한 독일인 전문가들은 포장이 시작되자 박물관 직원들의 꼼꼼하고 숙달된 기술에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지켜본 李박사도 "한국인들의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지 문화재 포장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 것 같다" 고 감탄했다.

금동반가사유상처럼 손모양 등 각 부분이 정밀한 경우에는 유물의 윤곽을 실측해 모양대로 주형 (鑄型) 을 뜬다.

그 속에 유물 본체를 넣고 한지 (韓紙) 중성지로 전후 세 겹 씩 에워싼 다음 솜 포대기로 다시 포장한다. 그 위에 다시 천을 촘촘히 두른다. 사람으로 치면 두루마기를 입히는 셈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포장된 금동반가사유상은 삼단 나무 틀로 고정돼 튼튼한 알루미늄 상자 속에 들어가게 된다. 움직이는 동작이 없는 유물의 경우에는 주형이 없는 큐션포장방법을 사용한다.

이번에 처음 해외 나들이에 나서는 석조미륵 보살입상 (조성연대 719년) 은 무게가 무려2. 2t에 달해 포장하는데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했다. 독일인 포장 전문가들은 박물관 직원들의 포장기술 가운데 뛰어난 매듭 기술에 특히 놀랐다.

쉬울 것처럼 보여 매듭을 풀어보려던 독일인 포장전문가들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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