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드르, 나자프 평화안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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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내 시아파 최대성지인 나자프에서의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추종하는 마흐디 민병대 대원들이 18일 무기를 치켜들며 결사항전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자프 AP=연합]

이라크 시아파 최대 성지인 나자프의 대규모 유혈충돌 사태를 막기 위해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18일 무장해제와 이맘 알리 사원에서의 철군 등을 골자로 한 평화안을 수용했다고 이라크 국민회의 대표단이 말했다. 이에 앞서 하젬 알샬란 이라크 국방장관은 이라크군이 마흐디 민병대를 몰아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오늘 사드르 추종세력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해 이날 중으로 이맘 알리 사원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 교전 재개=이에 앞서 미군과 저항세력 간 전투가 18일 격화돼 사상자가 속출했다. 미군은 과격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 추종세력의 근거지에 공습을 가해 이라크인 29명이 사망했다. 또 바그다드 남동쪽 200㎞ 지점에 있는 쿠트 알하비에서도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미군과 무장세력 간 전투가 벌어져 적어도 5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 중재 노력 계속=그러나 나자프에 급파된 국민회의 협상 대표단 후세인 알사드르 단장은 18일 "알사드르가 우리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야드 알라위 총리에게 나자프 공습 중지를 급히 요청했다. 하루 전인 17일 저녁 미군 헬기편으로 나자프에 급파된 국민회의 대표단 8명은 알사드르를 만나지도 못했다. 알사드르의 측근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알사드르가 사원으로 가 대표단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대표단이 제시한 무장해제, 이맘 알리 사원 퇴거, 마흐디군 해산 후 제도 정치과정 참여 요구에 대해 알사드르 측은 모호한 반응을 보였었다.

◇ 알리 사원은 안 돼=반면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알리 사원 공격은 절대 안 된다"는 이라크 및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10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회의도 이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알리 사원 훼손을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인구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를 자극할 경우 이라크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알사드르 및 마흐디군의 숨통을 끊기 위한 군사작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2000명에 달하는 인간방패들이 알리 사원를 사수하겠다며 사원 안팎에서 진을 치고 있다. 2주간 지속되고 있는 시아파의 제2봉기로 알라위 임시정부의 권위는 실추하고 있다. 나자프에서 시작된 유혈충돌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가지 알야위르 대통령마저 "무기를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알라위 총리의 무모한 나자프 공세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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