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로드 킬' 고라니가 4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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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8월 20일 오전 5시쯤 경부고속도로 부산 기점 187㎞ 지점. 서울 쪽으로 가던 차량이 도로를 횡단하는 동물을 발견하고 급제동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량이 차례로 추돌, 차량 5대가 부서지고 1명이 다쳤다.

고속도로에서 야생동물이 차량에 치여 죽는 사고(로드 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전자 안전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 등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도로공사가 국회 건설교통위 이낙연(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올 6월까지 2948마리의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1년 429마리, 2002년 577마리, 2003년 940마리로 매년 늘고 있고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전체보다 많은 1002마리나 차에 치여 죽었다. 종류별로는 고라니가 1266마리(42.9%)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너구리 1041마리(35.3%), 노루 226마리(7.7%), 족제비 154마리(5.2%), 토끼 111마리(3.8%), 오소리 101마리(3.4%) 등의 순이었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은 "고라니.너구리 등은 저지대 농가 주변과 산지를 오가는 습성이 있어 피해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가 많은 것은 야생동물을 위한 이동통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23개 고속도로 2687㎞에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설치된 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두 곳과 영동고속도로 두 곳 등 일곱 곳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고속도로의 총연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밀렵 규제로 야생동물의 수가 늘어난 것도 사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 건설 중인 고속도로에는 51곳의 이동통로를 설치 중이지만 이미 개통된 고속도로에 추가로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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