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고분 세계유산등록위해 방북 日화가 히라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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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이 수도 평양을 일본의 고도 (古都) 나라 (奈良) 같은 문화유산의 도시로 만들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양 근교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록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27일 한국에 들른 일본 유네스코 히라야마 이쿠오 (平山郁夫) 친선대사는 "북한 문화예술부 문화보존총국의 유일범 (庾溢範) 총국장을 통해 이같은 구상을 전해들었다" 고 말했다.

평양을 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정하려면 주변 지역의 비무장화가 필요하다.

히라야마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파리나 로마처럼 평양의 비무장화를 선언하는 것인가" 라고 묻자 庾총국장은 "평양 전체를 나라처럼 만들면 전쟁이 일어나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공격할 수 없어 평화롭지 않겠는가" 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庾총국장의 발언이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록을 둘러싼 대화 도중에 나온 별 뜻없는 이야기인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히라야마는 북한이 오는 7월께 금강산.묘향산 보현사 (普賢寺) 등과 함께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예비등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유명화가인 히라야마의 방북 (訪北) 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공작선 영해침범사건 등으로 일.북한 관계가 어느 때보다 냉각돼 있는 상황에 이뤄진 문화교류란 점에서 주목된다.

방북 전 히라야마는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 총리를 만나 "일.북한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싶으나 좀처럼 계기가 없다" 는 아쉬움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를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라야마는 28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예방해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히라야마는 "정치문제를 떠나 인류 공동의 유산인 고구려 고분군을 지켜야 한다" 고 말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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